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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와 GS그룹의 협력적 경영전략!- 어떻게 57년간 협력 경영했는가? 인화경영의 표본! -동영상 첨부-[이춘근교수 기업 경영철학 티스토리 240회]

여행정보(레오)88 2021. 12. 20.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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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재계에서 최대 미스터리로 꼽히는 사건이 있다. 57년 동안 동업을 했던 LG와 GS그룹이 일체의 잡음이나 분란 없이 아름답게 분리한 일이다. 이들 기업은 어떻게 57년간 협력 경영했는가에 대해서 살펴보겠다. 이 일을 주도한 사람은 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이었다.
LG와 GS 두 기업은 원래 구씨와 허씨 가문의 동업으로 시작하였으나, 계열 분리를 통해 LG와 GS그룹으로 분리되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1947년 구인회 전 회장이 LG그룹의 시초인 ‘락희화학공업사’를 설립하고, 2005년 LG와 GS로 계열사가 분리될 때까지 57년간 기업경영 활동이나 경영권 승계 및 분리 과정이 다른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원만하게 수행함으로써 국내외 모범적인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국내 선도기업 중 하나로서 성과 측면에서도 뛰어난 경쟁우위를 창출하였으며, 사회적 책임 활동 역시도 적극적으로 수행해 왔다. 이는 윤리적, 도덕적 관점에서 최근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선도기업 리더들과 향후 창업을 계획하고 있는 젊은 기업가들에게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LG 홈페이지
LG그룹 홈페이지
GS그룹 홈페이지

LG 창업주 구인회의 집안은 유교사상을 근원으로 선비 가풍이 대대로 이어짐과 동시에 남명의 경의사상의 영향을 받으며 기업가정신이 형성되었다. 더불어 구인회의 구씨가문은 김해 허씨, 진양 하씨 등 남명학파의 핵심가문들과 혼인 및 교류를 지속해왔고, 허만정의 허씨가문은 남명의 제자들과 교류하며 남명학의 영향을 지속적으로 받아 왔다. 다시 말해, LG그룹의 공동 창업주인 구인회와 허만정은 유학사상과 남명학의 영향을 받아 기업가정신이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남명의 경의사상에 따르면 ‘경(敬)’이란 마음을 밝히고 올바르게 수련하는 것을 의미하며, ‘의(義)’는‘경’으로 수련한 것들을 실천해 옮기는 힘이다.
구인회는 1920년 경상남도 진주시 지수면에서 ‘구씨’가문과 동네 이웃사촌인 허씨’가문의 장녀 허을수와 혼례를 올렸고,‘구씨’집안과 ‘허씨’집안은 이외에도 8건의 겹사돈을 맺게 되면서‘한 가족’을 이루게 되었다. 이때부터 ‘구씨’가문과 ‘허씨’가문의 동업이 시작되었다. 구인회는 아버지 구재서로부터 “더는 못주니 네 생각대로 잘 해보아라. 세상을 얕보지 말고, 남과 화목하게 지내고, 신용을 얻고 사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라는 말과 함께 종잣돈 2,000원을 받았다. 또한, 동생 구철회를 설득하여 얻은 자금 1,800원을 합쳐서 자본금 3,800원으로 1931년 7월 진주에 구인회 상점을 설립하였고, 포목상으로서 첫 사업을 시작하였다.

또 다른 LG의 공동 창업주인 허만정은 일찍부터 구인회의 능력을 알아차렸기 때문에 그에게 사업자금의 1/3을 지원하였다. 그러면서 아들 허준구의 경영수업을 구인회에게 부탁하였다. 또한, 허만정은 아들 허준구에게 “경영은 구 씨 집안이 알아서 잘 할 것이다.” “처신을 잘해서 돕는 일에만 충실해라”라고 하였다. 허준구는 구인회 전 회장의 경영철학을 그대로 이어받아 후에 LG전자를 총괄하게 된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구씨’ 집안은 투자, 대외관계 등 외부적인 경영을 담당하였고, ‘허씨’ 집안은 안전, 공장관리, 영업 등 내부적인 경영관리를 수행하였다.

1947년 1월 구인회는 부산으로 옮겨가서 ‘락희화학공업사’를 설립하였다.(박유영·이우영, 2002). ’락희화학공업사‘는 Lucky크림, 튜브형 럭키치약, 플라스틱 식기류 등을 생산해 내며 성공적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구인회는 1962년, 당시 ’락희유지‘의 상무인 허신구에게 ‘락희화학공업사’의 신제품 구상을 요청하였고, 허신구는 가루 형태의 빨래 세제를 제안하였다. 하지만 ‘락희화학공업사’는 당시 빨래비누를 생산하여 인기를 얻고 있었고 자기 시장을 잠식한다며 반대하였지만, 허신구의 1년이 넘는 설득을 통해 1966년 국내 최초 합성세재 ‘하이타이’를 개발하여 출시하였다. 이에 금성사에서 세탁기 제조를 앞당겨 1969년 ‘백조세탁기’를 출시하게 되었고, 백조세탁기가 출시됨에 따라 ‘하이타이’는 전 국민의 필수품이 되었다. 구인회 전 회장은 이 일을 두고 “한 번 믿으면 모두 맡겨야 한다. 책임을 지면 최선을 다하게 되어있다”라며 인간존중에 대한 그의 생각을 내비쳤다. 이는 역할분담의 미학으로 ‘허씨’가문의 꼼꼼함과 치밀함이 ‘구씨’가문의 사업을 밀고 나가는데 반석이 되었다. 이후 1974년 ‘구씨’와 ‘허씨’의 성공적인 공동경영으로 럭키그룹이 탄생하게 되었다. 1983년 럭키금성그룹으로 재탄생하면서 서울 여의도에 LG 트윈타워가 설립되었다. 이 건물은 쌍둥이 빌딩으로 구본무 전 회장과 허창수 회장의 사무실은 30층에 마주 보며 배치되었다. 이러한 배치는 ‘구씨’와 ‘허씨’의 공동경영의 평등함을 나타낸다. 그 이후 럭키금성그룹은 1995년 1월 그룹 명칭을 LG그룹으로 전환되게 된다.

1990년대가 되면서 해외 다수의 기업이 국내의 합작회사들에 관심을 끌게 된다. 네덜란드 ‘PHIPLIPS’사의 크리스털 리 회장은 합작회사들을 탐색하던 중 LG그룹의 ‘구씨’와 ‘허씨’가 50년 넘는 기간 동안 조화를 이루며 동업한 것을 알게 되었고, 이에 감동을 받은 것이 최종적인 투자 결정의 큰 계기가 되었다. ‘PHIPLIPS’사는 1999년 9월 16억 5천만 달러를 LG에 투자하면서 파주에 LG -PHILIPS LCD 합작사가 설립되었다. 서로 양보하고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한 LG의 경영풍토가 이뤄낸 성공이었다. LG그룹 ‘구씨’와 ‘허씨’의 공동경영은 각 집안에서 유교적인 집안 분위기를 바탕으로 한 위계질서로 사소한 것, 예로들어 집안의 경조사비나 세뱃돈에 관한 사항까지 정하여 지키도록 하면서부터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구본무 전 회장이 그룹 부회장 시절 부친인 구자경 명예회장의 차량보다 항상 낮은 등급의 차량을 선택했고,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LG에서 분리되기 이전 구본무 전 회장과 함께 다닐 때면 절대로 앞장서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였다. 또한 ‘허씨’가문이 사장과 부사장직을 수행했고, 젊었던 구자경이 회장을 하던 당시에도 LG그룹의 원로들이 있었지만, 나이를 구분하지 않고 구자경 회장을 깍듯하게 예우하였다. 이러한 풍토는 국내 어느 기업에서도 찾을 수 없는 LG만의 유일한 ‘인화경영’ 풍토라 할 수 있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함에 따라 LG그룹은 복잡한 지분구조의 정리를 위해 계열 분리가 불가피한 상황이 되었다. 기업분리 과정에서도 이익배분 등에 관한 사항들을 정확하게 명시하여 계약을 진행하였고,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계약서를 지키려는 의지를 중요시하였다. 계열 분리가 있기 이전에도 두 기업의 동업계약은 언제든지 해지될 수 있었지만 해지하지 않았고, 상호 배신행위도 하지 않았으며, 이익배분 또한 정확하게 진행하였다. 이러한 두 가문 간의 풍토는 기업분리 과정에서 그대로 나타나게 되었다. 이전부터 ‘구씨’와 ‘허씨’ 집안에서 보유해왔던 지분 즉, ‘구씨’가문(65%) : ‘허씨’가문(35%)에 비율대로 분리가 진행되었고, 어느 한 쪽도 조금이라도 더 가지려고 하지 않았다. 구씨’가문은 칼텍스 정유, 유통, 홈쇼핑 등을 ‘허씨’가문에 넘겨주었다. 이로써 창업 1세대인 구인회 창업회장과 허만정에서 시작해 2세대인 구자경 명예회장과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 3세의 구본무 LG 전 회장과 허창수 GS회장에 이르기까지 3대에 걸쳐 유지되어 온 ‘구씨’, ‘허씨’ 양가 간 화합과 신뢰의 동업관계는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된다. 마침내 2005년 1월부터 LG와 GS로 각자의 길을 걷게 되었고 계열 분리를 하면서 두 기업은 “앞으로 5년간 같은 업종에서 경쟁하지 말자”라는 ‘신사협정’을 맺게 된다. 하지만 2009년 대우건설의 인수설에 LG그룹이 인수한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두 그룹의 신사협정이 깨질 것이라는 소문이 돌게 된다. 하지만 구본무 전 회장은 “LG에서는 전자, 화학, 통신에 주력하며 건설업에 진출하지 않는다.”고 발표하면서 GS건설을 소유한 ‘허씨’가문에게 양보하게 되면서 LG와 GS의 신사협정은 계속 유지되었다. 이처럼 하나의 기업이 두 개의 기업으로 분리된 이후에도 여러 가지 성공사례를 보여주었다.

‘구씨’와 ‘허씨’는 1947년 그룹의 설립부터 2005년 계열분리 때까지 57년간 지분 또는 재산분쟁,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큰 잡음과 갈등이 없었던 모범적인 사례로서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이례적인 기업사례라고 볼 수 있다. 창업 1세대인 구인회 창업 회장과 허만정 공에서 시작해 2세대인 구자경 LG 명예회장과 故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 故 구본무 LG 회장과 허창수 GS 회장에 이르기까지 57년간 3대에 걸쳐 유지되어 온 具ㆍ許 양가 간 화합ㆍ신뢰의 동업관계는 ‘아름다운 이별’로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되었다. 동업을 하면 돈도 잃고 친구도 잃는다는 암묵적인 규칙을 깨고, 구인회 전 회장의 “한 번 사귀면 헤어지지 말고 부득이 헤어지더라도 적이 되지 말라”라는 가르침을 계속해서 간직하며 동업을 넘어서 영원한 동반자의 관계가 되었다. 이러한 경영철학과 가치관 역시도 유교 사상과 남명사상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판단된다.

계열 분리 구도

현재 LG 그룹은 LG Way라는 LG 고유의 경영철학을 내세우고 있다. 이를 비전, 행동양식, 경영이념으로 구분하고 있다. 비전은 ‘일등 LG’, 행동양식으로는 ‘정도 경영’, 경영이념은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 ‘인간 존중의 경영’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LG 창업주인 구인회가 어렸을 때부터 유학과 남명학을 익혔고, 이 영향이 현재 LG 그룹의 경영철학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고객을 위한 가치 창조’와 인간존중의 경영’은 유교에서 강조하는 ‘인본주의’ 사상과 관련성이 높다. 유교적 인본주의란 ‘관계맺음을 원하는 존재로서 인간이 보여 주는 일상적인 모습에 기반하여 인간에 의한 인간의 실현’이라 정의할 수 있다(최봉영, 1999). 즉, 유교의 핵심적 가치라 할 수 있는 인본주의는 인간을 위하고 인간을 목적으로 하는 사상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다른 이를 수단으로 바라보거나 단순히 이득을 취하기 위한 존재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LG의 ‘고객을 위한 가치 창조’의 경우, 고객을 단순히 기업의 성장을 위한 도구나 수단 혹은 경제적 이득을 취하기 위한 존재로만 인식하지 않겠다는 강한 다짐이다. ‘인간존중의 경영’의 경우, 고객에게 가치를 전하는 중요한 역할은 결국 LG의 직원들이며, 그 가치를 전달 받는 고객 역시 인간이다. 직원들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가치를 높일 수 있게 하고, 그로 인해 기업과 함께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경영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이 또한 인본주의의 핵심과 뜻을 같이 하는 경영이념이라 할 수 있다.


LG그룹 창업에 참여했던 허씨 가문 사람들은 허정구, 허준구, 허신구, 허완구 등으로 모두 허만정의 아들들이다. 이처럼 허씨 가문은 국가가 어려움에 부닥쳐있을 때, 자신의 재산과 목숨을 바쳐 의를 행하였다. 이렇게 의를 망설임 없이 이행할 수 있었던 것은 유교적 가치를 통한 마음의 수양 즉, 경이 밑바탕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구씨가문을 돋보이게 하려고 인터뷰 등에는 잘 응하지 않았으며, 모든 공은 구씨가문으로 돌렸다. 이러한 순응과 겸손의 미덕 또한 유교적 가치에서 나왔다 할 수 있다. 최근 GS그룹의 경영이념은 ‘고객 가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고객과 함께 성장해 나가기 위해 "고객과 함께 내일을 꿈꾸며 새로운 삶의 가치를 창조한다."이다.
동업은 1년만 지나도 깨지게 된다는 속설이 있다. 그러나 LG와 GS그룹은 1947년 ‘락희화학공업사’ 설립 이후, 2005년 계열분리 그리고 분리된 이후 현재까지도 큰 잡음 없이 서로 협력적이고 성공적인 기업경영 활동을 지속하고 있으며, 국내를 넘어서 세계적인 모범사례가 되고 있다. 두 기업의 모범적인 경영철학, 즉 상호 간의 오랜 협력을 바탕으로 한 ‘인화경영’과 사회에 헌신하며 윤리적・도덕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정도경영’은 남명의 ‘경의사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국내 경영학계에서는 두 가문의 60년 가까운 성공적 동업 관계에 대해 한국 기업사에서는 보기 드문 성공한 동업 이야기로 남게 될 것이라며, 국제 경영학계의 연구 대상이라고까지 평가하기도 했다. LG와 GS 두 그룹의 지속적인 발전과 도약을 기원해 본다.

참고자료; ① 박유영·이우영, “韓國 創業CEO의 企業家精神에 관한 연구: 이병철, 정주영, 구인회, 신용호의 사례연구를 중심으로”, 2002, 전문경영인연구, 한국전문경영인학회, 통권 8호, pp.43-65.
② 최봉영,“성리학적 인간관과 인본주의”, 사회사상과 문화 제2권, 동양사회사상학회, 1999, pp. 31-77.
③ LG그룹과 GS그룹 홈페이지

 

※ 동영상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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