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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인의 정신인 시수(Sisu)란 무엇인가? [이춘근의 경제와 시사 #35]

여행정보(레오)88 2021. 5. 27.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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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인의 정신인 시수(Sisu)에 대해서 설명한다. 핀란드는 유럽 북동쪽의 있는 국가이지만 세계적인 교육 강국이자 세계 최고의 행복한 국가로 알려졌다. 핀란드의 인구는 약 550만이 조금 넘는데, 모든 핀란드인을 합쳐도 뉴욕시민보다 인구가 적다. 북극에 가까워 한겨울에는 일조시간이 겨우 6시간밖에 안 되는 이 작고 추운 북유럽 국가는 이웃 강대국들의 침입을 수없이 받았다. 이런 기상 악조건과 역사적 고난이 그들의 민족성에 일조했는가는 즉시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그렇지만 핀란드인이 세계에서 가장 강한 민족이라고 자처하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핀란드는 스웨덴과 러시아로부터 수백 년 이상의 긴 기간을 통치받았다. 그런 가운데 겨울철의 추위와 눈이 많이 내리는 혹독한 조건, 특히 핀란드와 소련과의 겨울전쟁 기간 동안 극심했던 빈곤과 당시의 희망이 없어 보이는 현실 가운데서도 보여지는 그 결핍의 순간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웠다.
핀란드는 인구 550만 명이 조금 넘는 북유럽의 소국에 불과하지만, 면적은 남한의 3.4배, 한반도 전체의 1.5배가 된다. 또 겨울이 긴 특성 때문에 산타클로스를 떠올리곤 한다. 그런데 이 나라는 놀라울 만큼 우리나라와 닮은 점이 많다. 핀란드는 역사적으로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주변 강대국과 마찰을 피할 수 없었다. 800여 년간 스웨덴·러시아를 포함해 이민족의 지배를 받기도 했다. 또 20세기에는 러시아와의 2차례 전쟁인 겨울전쟁과 계속전쟁을 통해 영토할양과 막대한 배상금 지불을 감내해야 했다. 주변 강대국과의 갈등과 개입, 분단의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와 비슷한 운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핀란드는 이런 피지배 경험과 고통을 면면히 극복해 나가는 정신을 길러왔다. 그들은 이런 정신을 ‘Sisu(시수)’라고 부르며 민족적 자긍심으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 민족이 수많은 외침에도 굴하지 않고 은근과 끈기의 정신으로 오늘날의 발전을 일구어낸 것과 비슷하다.

핀란드인은 핀족이 대부분인 단일민족이다. 흔히 단일민족에게서 나타나기 쉬운 배타성을 보이는 것도 우리와 약간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부지런하고 근면한 민족성이나 민족적 자의식이 강한 면도 공통적이다. 잦은 외침을 겪은 핀란드의 무역구조는 역설적이게도 러시아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최근 러시아가 스웨덴을 제치고 핀란드의 2의 수출대상국이 되었는데, 역사적으로 구원관계라고 할 수 있는 양국이 경제적으로는 더욱 긴밀해 지고 있다는 점은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우리의 제1의 수출대상국으로 부상한 것과도 비슷하다. 주변 강대국과의 마찰과 협력의 관계가 북구와 한반도에서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핀란드는 범국가적 차원에서 영어교육을 도입,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도구로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으며, 이것이 외국의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는 데 크게 이바지하여 왔다. 산·관·학 연계를 통해 교육의 실질적 효과를 올리는 정책은 바로 경제발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도 우리 국민의 높은 교육열에서 찾을 수 있듯이 핀란드가 국가경쟁력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은 바로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해 왔기 때문이다.
2015년 핀란드 세계 인적자본 지수와 언론자유 지수에서 1위를 달성했으며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취약국가지수에서는 가장 안정적인 국가로 꼽혔다. 세계 성별차 보고서에서는 2위였으며, 2018년과 2019년에는 세계행복보고서에서 1위를 달성했다. 1995년 유럽연합, 1999년에 유로존에 가입하였다.
노키아로 대표되는 핀란드 IT 산업은 경제위기를 헤쳐나오는 데 일등공신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도 1990년 중반 외환위기(IMF)를 겪으면서 IT 기술이 경제성장을 선도했다는 점에서 핀란드와 아주 유사하다. 노키아는 삼성과 애플에 밀려 휴대폰부문은 매각했지만, 회생하여 지금은 세계 최대의 통신장비를 제조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엔절라 더크워스가 서술한 GRIT이라는 책 12장에 시수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핀란드는 기상 악조건과 지리상 침략을 많이 받았던 역사적 악조건이 투지가 강한 민족으로 만들었다. 핀란드인에게는 핀란드 문화의 핵심인‘시수(Sisu)’라고 부르는 정신이 있다. 이는 무모함과 용기, 잔인함과 끈질김, 투지와 끈기, 대부분이 포기한 뒤에도 이기겠다는 의지로 계속 싸우는 능력의 혼합체이다. 시수는 열정과 끈기를 나타내는 그릿(GRIT)같은 특성을 칭찬하고 지지하는 문화를 만든다. 시수는 핀란드인이 정신적 유산으로 갖고 태어난다고 믿는 내적인 힘, 일종의 심리적 자원을 지칭한다. 시수는 끈기와 배짱을 가르킨다.
전형적인 핀란드인들은 불운이 닥쳐도 이보다 더한 일도 견딜 수 있는데, 이까짓 것은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 굳센 사람이라고 한다. 이러한 시수의 정신이 오늘날 크게 발전된 핀란드를 만들었고, 풍요로움이 가득한 지금의 현실 가운데서도 그 시수의 가치를 잊지 않고 있다.

1939년 겨울전쟁 당시 핀란드군은 3배의 병력, 30배의 전투기, 수백 배의 탱크를 보유한 소련군에 비해 병력 면에서 크게 열세였다. 하지만 핀란드군은 몇 달간(약 100일)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버텼다. 소련인을 포함해 그 누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긴 저항이었다. 이에 1940년 타임스지는 시수에 관한 특집 기사를 실었다. 어느 민족 구성원이든 본능 속에 간직된 에너지가 있고 결정적 순간에 그 에너지를 분출하게 된다.

시수로부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2가지 교훈은 다음과 같다.
1. 자신이 힘겨운 역경을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확증해주는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시수정신을 가진 핀란드인이라면 어떤 어려운 일이 닥쳐도 다시 일어난다는 것이다.
2. 내적 에너지원이 있다는 생각이 터무니없다고 해도, 어둡고 절망적인 순간에도 한 발짝씩 떼다 보면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던 일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시수는 핀란드인에 있어 인생의 가장 주도적인 가치이고, 모두에게 많은 것을 줄 수 있는 선물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핀란드인들은 이 시수를 자신들의 국민적 기질로 여긴다. 시수는 역경을 극복하고 회복력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핀란드의 국민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니고, 혹독한 환경 속에서 견디고 버티는 핀란드인의 생활방식에 녹아들어 핀란드인의 생활 자체가 되었다.
시수는 용기는 용기이되, 암울하고 불쾌하며 두려운 현실에 맞서 승산 없는 싸움을 할 때 나타나는 그런 용기이다. 승산 없는 싸움을 하면서도 역경에 맞서 용기와 결연함을 내보일 수 있는, 설사 실패하고 또 실패하더라도 그 결정과 행로를 고집할 수 있는 그러한 성격의 개념이다. 핀란드인의 시수정신은 역경에 대한 꼼수나 회피보다는 정면돌파의 자세를 만들어 자연스럽게 신뢰와 정직의 국민성을 만들어 낸 것이다. 핀란드에서는 '시수를 가지고 있으면 바위도 뚫을 수 있다'라는 속담이 있다.
우리는 과연 시수와 같은 정신이 있는가 자문해 본다. 우리나라 국민의 은근과 끈기, 열정, 근면성은 세계 어느 나라 국민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오늘날과 같은 경제발전을 이룩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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