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이 주도하는 다자 경제협력체인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인 IPEF가 5월 23일 공식 출범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일본 방문 이틀째인 이날 오후 도쿄에서 IPEF 공식 출범을 발표했다. 작년 10월 바이든 대통령이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IPEF 추진 의사를 밝힌 지 7개월 만에 내놓은 결과물이다.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 IPEF)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주도로 구성되고 있는 인도-태평양지역의 경제 안보 플랫폼 및 국제기구이다. IPEF는 관세 인하, 부분적인 규제 철폐에 방점을 두었던 다자·양자 FTA보다 더 범위가 넓은 경제협력체를 지향하고 있다. 우선 미국은 IPEF를 통해서 무역 촉진, 디지털 경제와 기술 표준 정립, 공급망 회복력 달성, 탈 탄소화와 청정에너지, 인프라 구축, 노동 표준화 등 6가지 주요 분야에서 합의안을 만들어내고자 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인도-태평양지역 내 파트너 국가들과 미래 산업과 산업 정책의 국제 표준까지 정립하겠다는 것으로, 바이든 행정부는 인도-태평양지역을 일종의 거대한 경제 플랫폼으로 묶어낸다는 구상을 배경으로 놓고 IPEF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IPEF는 공급망 재편, ‘더 나은 세계 재건’ 구상(B3W; Build Back Better World) 등 산재돼 있던 바이든 정부의 중국 견제 구상들을 통합하여 구체화하는 결과물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경제적 연대를 통해 중국의 영향력 확장을 차단하고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구상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IPEF 참여국들의 경제적 비중이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능가한다는 점도 성공적인 출발로 평가되는 하나의 잣대가 되고 있다. RCEP 참여국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8%인 반면, IPEF에 참여하는 국가의 GDP 비중은 전 세계의 40.9%에 해당한다. IPEF는 명칭부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나 역내포괄적경제 동반자협정(RCEP)과 같은 ’협정’(agreement)이 아니라 규범의 틀을 의미하는 ‘프레임워크(framework)’로 돼 있다. 일단 구속력이 약한 개방 플랫폼(open platform)을 지향하고 있다.
IPEF는 미국이 글로벌 공급망과 인프라, 디지털 경제, 신재생에너지 등 분야에서 아·태 지역 동맹·파트너들을 규합해 구축하려는 경제 연대 성격을 갖고 있다. 이로써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안보·군사 분야뿐 아니라 경제 분야에서도 중국을 전방위로 압박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했다. 그동안 IPEF 구성을 위한 미국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해온 중국의 반발이 예상된다.
IPEF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억제하기 위해 미국이 동맹, 파트너 국가를 규합해 추진하는 일종의 경제협의체로 중국이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주도하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추진하는 데 대한 대항마이다. 즉 미국은 IPEF를 출범시켜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사실상 무력화한다는 전략과 함께, 트럼프 행정부 시기 탈퇴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을 견제하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는 것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IPEF에 인도·태평양 지역의 13개 국가가 참여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일본, 호주, 인도 등 쿼드(Quad) 4국과 뉴질랜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브루나이 등이 참여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 13국이 참여한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국 중 군부 쿠데타 세력이 집권한 후 미국과 갈등 관계인 미얀마와 라오스, 캄보디아는 빠졌다. 가입 의사를 표명한 대만도 명단에서 제외됐다. 윤석열정부가 발빠르게 IPEF에 가입한 것은 바람직한 현상으로 생각된다.
전통적인 통상 협상은 참여국 간 분야별 관세 인하 조치 등을 통해 시장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규정을 포함하지만, IPEF는 관련 조항이 없기 때문에 경제적인 이득을 계량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있다. IPEF는 대신 공정 무역과 공급망, 클린 에너지, 과세·반부패 등 4개 과제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미국 기업이나 IPEF에 참여하는 다른 나라 입장에서 실질적으로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모호해 강한 결속력을 유지하는 문제가 향후 과제가 될 전망이다.
IPEF 출범을 분열 책동이라면서 비판하는 중국의 반발도 앞으로 IPEF가 성공적으로 순항하는 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느슨하게 출범하면서 아세안에서 7개국이 동참했으나 IPEF 결속력이 강화될수록 중국의 반발 강도가 높아지면서 참여국들의 중국 눈치 보기가 심화할 수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참여국 대부분이 중국을 제1 무역 파트너로 두고 있다는 점에서다.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지역 무역 질서 확립을 위해 IPEF에 중국이 참여할 가능성이 작음에도 미국이 IPEF를 '열린 플랫폼'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측면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사실상 대중국 견제가 목표이면서도 대만이 빠진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지역 패권을 놓고 경쟁하고 있는 중국의 반발을 감안해 긴장 수위를 조절하기 위한 측면으로 분석되지만, 대만의 미참여로 미국 입장에서는 IPEF 출범의 의미가 퇴색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앞서 미국 상·하원 일부 의원들은 미국 정부에 대만을 IPEF에 참여시킬 것을 강하게 촉구한 바 있다.
아무튼, IPEF의 순항 여부는 앞으로의 행보가 어떻게 전개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윤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의 IPEF 운영 과정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우리나라 국익과 안보를 핵심원칙으로 하면서 여러가지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매일경제와 한국경제, 조선일보, SBS 등, 관련 기사, 2022.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