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출산율이 2020년 0.84명으로 전 세계 국가 중 최하위이고, 전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니제르로 6.7명이며, OECD 국가 중에서 1위는 이스라엘로 3.1명이다. 우리나라가 현재 상태로 진행되면, 2100년경 총인구가 1,650만 명대로감소하고 2300년경이면 100만 명도 안 돼 사실상 국가가 소멸할 수도 있다. 큰 안목에서 보면 이보다 더 큰 위기는 없다.
OECD에서 최근 발표한 회원국별 출산율을 보면, 프랑스의 출산율은 1970년 2.5명에서 1992~1997년 사이 1.7명으로 떨어진 후 다시 상승하여 2000년 1.9명, 2006년 2.0명으로 상승하였다. 그 후 다시 2015년 1.9명, 2019년 1.8명으로 떨어졌지만, 우리나라보다는 훨씬 더 높다.
UN인구기금인 UNFPA가 최근 발표한 세계인구게기판(World Population Dashboard)을 보면, 2020년 프랑스 인구는 6,530만 명이고, 2015년에서 2020년 연평균 인구증가율은 0.3%이며, 출산율은 1.8명이다. 2020년 0-14세 미만 인구 구성비는 17.7%로 동기간 우리나라 12.5%보다는 훨씬 더 높다.
프랑스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구정책은 선진국 중 크게 성공적으로 해결한 사례로 인정되고 있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대표적인 저출산 국가였던 프랑스가 2006년에서 2014년까지 ‘마(魔)의 2명 벽’을 깨면서 유럽에서 높은 수준의 출산율을 기록하게 된 비결은 정부가 강력한 의지로 밀어붙인 출산 장려정책 덕분이다. 프랑스는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개인이나 가족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책임져야 할 문제라는 기본철학을 가지고, 장기적인 인구정책 차원에서 강력한 출산장려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는 1938년에 가족수당제도를 창설했고, 1939년에는 가족출산법을 제정하여 다자녀 출산가정에 대한 대폭적인 지원책이 마련되었다. 2016년에는 가족, 아동 및 여성인권부를 신설하고, 사회통합총국에서도 인구와 관련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출산과 양육정채으로는 1967년 피임의 허용, 1974년 낙태의 허용, 1999년 시민연대계약(PACS) 등을 들 수 있다. 프랑스 정부의 인구정책 때문인지 2009년 이후로 프랑스 인구는 매년 평균 0.5%씩 증가하였다. 그 결과 유럽에서 독일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국가가 되었다. 프랑스는 동거 커플이 늘고 출생아동이 감소하자 1999년 '시민연대계약'(PACS)을 도입했다. 동거커플이나 동거 가정에도 가족수당과 소득세 등에서 법적부부와 동일한 혜택을 주었다. 가족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1명대였던 출산율이 2006년 2명으로 증가했다. 한마디로 프랑스와 북유럽 국가는 결혼한 부부와 결혼하지 않은 부부 사이에 대한 출산지원의 차별이 없다. (그림삽입)
또한, 2004년부터 여러 개로 분산되어 있던 출산장려제도를 유아환영정책(PAJE)이라는 하나의 체제로 통합해 시행하고 있다. 유아환영정책은 1. 신생아를 출산하는 모든 가족에 대해 기본지원금을 지원하고, 2. 소득별, 계층별, 선택적 추가지원, 3. 양육시스템 개선, 4. 쌍둥이 출산에 대한 정려정책 등이다. 또한, 프랑스의 저출산 정책은 기본적으로 1) 장기간에 걸쳐 공고하게 정비된 사회복지제도, 2) 무상에 가까운 공교육 시스템, 3) 혼전 동거 커플의 법적지위 향상 등 비전통적 가족제도의 제도권 포용 등에 의해 원활히 추진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더불어 1) 여성노동자의 전반적인 권리 및 보육여건 향상, 2) 개방적인 이민자 유입 정책 등도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프랑스 출산 정책은 사회보장제도의 중요한 부분으로써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된 장기적 프로젝트이다.
프랑스 현대사에서 두 차례의 저출산 문제가 대두되었는데 첫 번째는 1920년대 말과 1930년대 사이에 발생하였다. 제1차 저출산 문제는 주로 1929년에 발생한 대공황에 기인한다. 두 번째 저출산 문제는 1970년대의 오일쇼크와 인구 고령화에 기인한다. 그 결과, 프랑스의 합계출산율(TFR)은 1950년의 2.93에서 1993년의 1.65로 감소하였다. 이와 같은 출산율은 합계출산율 2.1이 되어야 유지되는 인구대체율을 보장하지 못하게 되었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프랑스 정부는 2004년에 전통적인 인구정책을 개혁하기 위해 유아환영정책 (PAJE: Prestation d’acceuil du jeune enfant)을 수립하였다. PAJE의 성공적인 도입으로 프랑스의 합계출산율은 거의 인구대체율 수준으로 상승하였다.
프랑스는 직접적인 장려정책 이외에 일반적인 가족정책 차원에서 많은 자녀를 보유하는 경우 범정부적으로 제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프랑스의 가족제도는 전통적으로 자녀가 많은 경우, 정부로부터 더 많은 지원과 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정책적인 고려를 해 왔으며, 그 중 출산장려와 관련된 주요사항은 다음과 같다.
가족보험 급여 수혜는 기본급여와 보충급여로 나뉜다. 기본급여는 부모와 동거하는 2명 이상의 자녀를 보유한 가족은 자녀가 20세가 될 때까지 가족보험 급여수혜가 가능하다. 사회보장제도의 하나인 가족보험기금(Caisse d’Allocation Familiales)으로부터 매월 급여가 주어진다.
기타 지원제도를 보면, 첫째, 출산 시 의료보험 제도가 있다. 임신 6개월 이후 발생하는 모든 의료비, 입원비, 치료비는 100% 전액 국가사회보장체제 내의 국영의료보험(임신보험)에서 부담한다. 불임치료(인공수정 등)를 위해 필요한 제반 치료경비도 의료보험에서 100% 부담하고 있는데 이 제도는 우리나라에서도 즉각 도입이 필요한 제도로 판단된다. 둘째, 임신시 법정휴가 제도가 있다. 여성의 경우 1970년대 이후 출산장려 및 기본적 인권강화 차원에서 출산법정 휴가제도를 정비해 와서 출산전휴 출산휴가가 상당기간 보장된다.
남성의 경우 출산 시 남편에게 3일의 출산 휴가를 법적 권리로 부여하며, 사업주는 동 휴가 부여를 거부할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적 권리로 주어지는 3일 외에 출산 전후로 최대 11일간 법적 휴가 부여가 가능하다.
셋째, 육아 휴가제도(Le congé parental d’éducation)와 관련, 1년 이상 근무한 근로자가 자녀를 출산한 경우, 자녀가 만 3살이 될 때까지 사용 가능하며, 고용계약은 동 기간 정지된다. 육아 휴가를 부분적으로 사용하고, 파트타임으로 직업활동을 계속할 수 있으며, 3자녀 이상을 가지는 부모는 1년 단기 휴가를 사용하는 대신 추가적인 지원 혜택이 가능하다. 넷째, 입양장려제도가 있다. 입양지원도 출산장려정책(PAJE) 내에 통합하여 운영함으로써, 어린 아이를 입양하는 경우에도 출산시와 동일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다섯째, 주택관련 지원제도가 있다. 현재 주로 소득 및 자녀 수 등을 기준으로 지급하고 있는 주택보조금 중‘자녀 수’비중을 높이고, 특히 다자녀 가족에 대해서는 주택 보조금 및 주택 제공 편의를 확대하고 있다.
여섯째, 사회보장기구나 지방자체단체차원에서 3자녀 이상을 가진 저소득층 가정에 대해 휴가비 지급, 휴가시설 무상이용, 및 교통비 할인 등의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다자녀 가족(자녀 3명 이상)에 대해서는‘다가족 카드(carte famille nombreuse)’를 발급하여 버스, 기차 등의 이용 시 할인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그밖에 3자녀 이상을 가진 경우 퇴직연금 불입기간 단축, 은퇴연금 할증 등 국가사회보장체계 내에서 제반 혜택을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교육체제는 출산장려책과 직접적으로는 관련되어 있지 않으나 과중한 교육비 문제가 출산억제의 요인이 되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을 감안할 때 일부 참고가 될 것이다. 프랑스는 자녀가 출생하면 국가가 교육을 책임진다는 철학 하에 고등학교까지 거의 무상교육을 실시하며, 일반대학도 최저수준의 학비로 사실상 무상교육 수준의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상술한 바와 같이 프랑스는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개인이나 가족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문제라는 기본 철학을 가지고 장기적인 인구정책차원에서 강력한 출산장려정책을 추진해왔으며, 동 정책은 대체적으로 성공정책으로 평가되고 있다. 프랑스의 출산장려정책은 가족 수가 많은 가정들과 자녀를 많이 가진 가정에 대해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부터 가족형성을 지원하고 가족구성원들의 사회복지 및 안전망을 확보하는 일반적 가족지원정책 차원으로 확대하여 운용해 오고 있다. 이는 결혼률 저조와 동거증가추세, 이에 따른 출산기피현상으로 가족 구성자체가 위기에 처해있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현행의 프랑스 출산모델은 한국에 직접 적용될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과 프랑스는 다른 역사적, 사회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만약 우리나라가 적절히 프랑스 제도의 장점을 도입하여 단계적으로 적용한다면,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많은 긍정적인 대책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 가족아동고령화정책 고등위원회의 ‘베르트랑 프라고나르’ 상임의장은 저출산 극복 비결로 "프랑스의 가족 정책은 아이를 갖고 싶은 욕구가 생기도록 한다"라고 소개했다. 프랑스는 자녀가 없는 가구 비율이 매우 낮고 5가구당 1가구는 아이가 적어도 3명 이상이다. 특히 프랑스는 남여 간 동거와 이별이 상당히 자유로운 상황이며 이런 현실이 오히려 저출산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했다. 프라고나르 상임의장은 "프랑스에선 아주 소수만 결혼한다. 일단 동거 중 아이를 낳고 가능하면 나중에 결혼하는 시스템"이라며 "프랑스 커플은 쉽게 헤어지지만, 또다시 다른 사람을 만나 자녀를 낳는다"라고 말했다. 루이 갈루아 불한 클럽 회장은 "프랑스의 대학교 기숙사에는 커플을 위한 방이 따로 있다"고 한다.
이처럼 출산이 비교적 많이 이뤄지는 건 양육 전 과정에 걸친 프랑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이라고 한다.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 정책도 전업주부 중심에서 부모 중 한 명이 집에 있을 시간을 갖도록 보장하는 방향으로 바꿨다. 재정지원뿐 아니라 육아휴직 후 복직을 보장하거나 조기 퇴직권을 부여하는 방안 등이다. 만 3세 이후로는 지원은 더 많아진다. 아이의 교육비(고등교육까지)와 의료비는 대부분 무료다. 자녀가 노동시장에 진입할 때까지 지원은 계속된다. 중산층과 다자녀 가구에는 사회수당과 세제 혜택도 준다.
프랑스는 여성들이 일과 가정의양립이 가능하도록 하는 보육시설과 휴가․휴직제도와 양육비의 부담을 들어주기 위한 수당제도가 발달되었고,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등 출산율 향상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우리나라도 프랑스처럼 다양한 수당 제도를 도입해서 자녀가 있는 가정의 양육부담을 줄여줘야 할 것이다. 프랑스 경우 출산력의 회복이 국력에 직결됨을 인식하고, 출산장려정책의 추진에는 좌우 정부 모두가 깊은 관심을 갖고 주도적으로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한 결과 출산력 회복에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고 있다. 프랑스의 출산장려 정책은 정책이 사회 흐름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프랑스의 출산대책에서 크게 주목할 만한 것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즉 1. 높은 혼외출산율이다. 프랑스의 혼외출산의 비율이 2016년 58.6%, 2018년 60.4%로 유럽에서 가장 높다. 동기간 우리나라의 혼외출산율은 2.3%로 상당히 낮다. 프랑스는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인정함으로써 가족구성원을 늘리는 출산에 대한 사회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프랑스와 북유럽 국가는 대부분 혼외출산을 인정하고 법적 부부와 동일한 출산지원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 출산만큼이나 양육에도 집중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아이가 커서 성인이 되기 전까지 전 생애를 거쳐 사회정책이 관여한다. 재정적 지원뿐만 아니라 부모의 노동시간과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는 조치까지 매우 폭넓다. 프랑스의 가족정책은 아이를 갖고 싶은 욕구가 생기도록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출산률을 자연스럽게 높이는 것으로서, 다자녀 가구일수록 소득세, 가족 혜택, 주택보조금, 복지혜택을 더 제공함으로써 생활수준을 유지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프랑스와 스웨덴의 경우, 직장을 가진 엄마들이 충분한 출산 휴가를 누리고 걱정 없이 직장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하는 정책들은 물론이고, 무료 공공보육 시설과 마음 편히 부모가 될 수 있는 직장문화 정착 같은 사회 안전망을 제공함으로써 출산율을 유럽 평균 이상으로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나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노동시장의 차별화해소와 안정성, 임신과 출산, 불임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하고, 맞춤형 돌봄 확대 및 교육개혁이 필요하며, 사회 분위기 조성과 안심하고 키울 수 있는 시설 및 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우리는 저 출산의 심각성을 깨닫고 정부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 저출산 극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단순히 일회성으로 정책을 펴기보다 꾸준한 노력과 인내심을 가지고 추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