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원화 환율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380원대를 뚫으며 급등하여 외환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패닉이 진정되고,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Fed)이 긴축 정책에 고삐를 죄면서 달러화가 강세(달러화 평가 절상)를 보이자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최근 우리 경제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바 3고(高) 현상을 맞이하고 있어, 외국인 자금 유출을 부추기고, 금융 불안과 무역적자 규모를 키우면서 우리 경제의 복합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환율이란 한나라의 화폐와 다른 나라의 화폐 간 교환 비율로서 두 나라 통화의 상대적 가치를 나타낸다. 환율을 표시하는 방법은 어느 국가 통화를 기준으로 나타내느냐에 따라 두 가지로 구분된다. 먼저 외국통화 한 단위당 자국통화 단위 수로 나타내는 방법을 자국통화표시법 또는 직접표시법이라 한다. 우리나라는 자국통화표시법을 사용하고 있으며 ‘US $1=1,150원’과 같은 형식으로 표시한다. 이와 반대로 자국통화 한 단위당 외국통화 단위 수로 표시하는 경우를 외국통화표시법 또는 간접표시법이라 한다. 유로 지역에서는 외국통화표시법을 사용하고 있으며 ‘€1= US$1.2’와 같은 형식으로 표시하고 있다.
환율상승= 원화가치 하락= 원화의 평가절하를 의미,
환율하락= 원화가치 상승= 원화의 평가절상을 의미
환율은 내외금리차, 국내물가, 생산성 등 국민경제 여건에 따라 변동하지만, 역으로 환율변동이 국민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만약 요즘과 같이 환율이 상승하면, 일반적으로 달러로 표시한 국내 상품가격이 하락함으로써 수출이 늘어나고, 수입은 줄어들어 경상수지의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수출증가로 경제 성장이 촉진되면서 일자리도 더 많이 생겨날 것이다. 그러나 원자재 및 부품의 해외의존도가 높은 나라의 경우, 원자재 및 부품을 높은 가격을 주고서라도 수입할 수밖에 없어 수입의 감소가 제한적일 가능성도 있다. 또한 환율 상승으로 수입원자재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국내 물가가 올라가게 되며 외화부채가 있는 기업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가중되는 부작용도 발생하게 된다. 특히 미국에 자녀를 유학 보낸 가정은 훨씬 더 큰 부담이 된다.
반대로,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달러로 표시한 수출상품의 가격이 올라 경쟁국 제품에 비해 가격이 비싸지게 되므로 외국으로부터의 수출 주문량이 줄어들게 된다. 수출이 줄면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실업자가 늘어나는 등 고용 사정도 어려워진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하락이 부정적 효과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환율이 내려가면 외환으로부터 수입하는 원재료나 중간재의 가격이 떨어져 상품의 생산비용을 감소시킴으로써 국내 물가의 안정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리고, 국외에서 자금을 차입한 국내기업의 원리금 상환부담이 줄어드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이처럼 환율변동은 여러 경제 분야에 이해가 상반되는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환율은 가능한 한 기초 경제 여건을 반영하여 안정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럽 및 중국 경기둔화 우려 등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이 단기간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1,400원 진입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있다. 정부의 개입 영향력도 약화하고 있어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 올라설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는 분석도 있다.
9월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2.5원 오른 달러당 1384.2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는 금융위기 2009년 4월 1일(1379.5원) 이후 13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환율은 6거래일 연속 연고점을 경신했다.
원·달러 환율폭등을 이끄는 건 달러화 강세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 6월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은 이후 긴축 강화 분위기를 이어가면서 달러화 가치는 연일 오르고 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110.269선까지 치솟았다. 2002년 6월 19일(110.539) 이후 20년 2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폭등은 Fed의 금리 인상이라는 큰 요인에다가 무역적자 확대, 불법자금 해외 유출, 연기금의 해외 투자 확대, 중국의 미국 국채 매각 등과 같은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 적어도 올 연말까지 달러 강세 유지될 가능성
달러화 강세와 함께 오른 원·달러 환율은 지난 6월 이후 무려 120원 가까이 올랐다. 미국 고용지표가 탄탄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또 한 번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달러화 추가 상승 기대감은 계속 높아지는 상황이다.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는 보고서를 통해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달러화 강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달러화 대비 주요국 통화가치가 대부분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이후 유로화 및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는 점은 원·달러 환율 상승세를 더 부추기고 있다. 확실한 것은 달러화가 올해 연말까지는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을 지속하고 있는 만큼 미국 인플레이션 정점이 확인돼야 강달러 현상이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통화당국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점도 문제다. 환율의 급등 요인이 국내보다는 대외 변수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당국의 입김으로 시장을 진화하기엔 역부족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전날 정부와 한국은행, 금융당국이 모여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구두 개입성 발언까지 내놨지만, 환율 급등을 막지는 못했다. 아무튼 향후 외환 당국은 적절한 대응을 해야 할 것이다.
현재 원·달러 환율 1,400원은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꼽힌다. 앞서 심리적 지지선인 1,350원대를 돌파한 환율이 1,380원대로 오르기까지는 불과 4거래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 같은 속도가 유지된다면 원·달러 환율 1,400원 진입은 시간문제이고, 1,400원이 뚫린다면 원화를 팔고 달러를 매수하는 추세가 또 한 번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
▣ 최근 강달러와 경상수지 적자로 외화보유액도 감소 전환
9월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364억3000만달러로 전월 말(4386억1000만달러)보다 21억8000만달러 감소했다.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4개월 연속 감소하다가 외환시장 개입 속도 조절 등으로 직전달 소폭 증가하더니 다시 감소세로 돌아간 것이다. 외환보유액은 대외 지급결제와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경제 방파제 역할을 한다. 외환보유액이 줄어들 경우 정책 여력이 줄어들어 환율이 급등하거나 급락할 때 변동성을 방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최근 달러화 강세 여파로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차츰 줄어들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3월 이후 4개월 연속 뒷걸음치다가 7월 반등했으나 다시 한 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8월에는 한 달만에 약 22억 달러 감소했다. 한은은 "미국 달러가 약 2.3% 평가 절상되면서 기타 통화 외화자산의 미국 달러화 환산액이 줄어 전체 외환보유액도 감소했다"라고 설명했다. 또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내면 환율 방어에 쓰이는 외환보유액이 감소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은 국내 외화보유액 규모가 세계 9위라는 점을 들어 문제가 없다는 견해지만 '적정' 외환보유액 수준 등에 대한 우려는 꾸준히 나오는 상황이다.
환율이 급등하면서 1년이하 만기인 단기 외채비율이 10년만에 다시 외환보유액의 40%를 넘긴 것도 가볍게 볼일이 아니다. 국내 일반투자자들의 해외주식과 채권 투자가 증가함에 따라 이들에게 달러를 공급하기 위해 국내 은행들이 단기 해외 차입금을 늘린데 따른 것이다.
최근의 고환율은 금융시장뿐 아니라 실물경제 전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통상 환율이 높아지면 수입물가 수준을 올려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입물가 상승분의 3분의 1 이상은 환율 상승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소비자 물가는 3분기 정점을 찍고 내려올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먹거리 물가는 13년 4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면서 서민들의 부담이 큰 상황이다.
물가 상승과 자본유출 우려가 커지면 국내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 또 대외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 특성상 원화 가치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은 수출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 전 세계 교역 위축 등이 더해져 수출에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과 원·달러 환율이 각각 10% 상승하면 수입은 3.6% 증가하는 반면, 수출은 0.03% 늘어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수지에서도 위기 징후가 나오고 있다. 무역수지는 지난 8월 사상 최대 수준의 적자(94억7,00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14년 만에 처음으로 '5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튼튼한 만큼 크게 우려할 것 없다는 입장이다. 높아진 환율 수준과는 달리 대외건전성 지표들은 큰 변화 없이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 高환율·고물가·고금리로 복합위기 오나?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외환보유고가 4,364억 달러로 높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전쟁이 조기에 종식되지 않고 지속되고, 미국이 추가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면 복합위기 가능성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때일수록 경제주체들은 부채를 줄이고 현금관리를 보다 강화하면서 경제변동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참고자료; 한국은행, 2022년 8월 말 외환보유액, 2022.9.5.
한국경제신문, 관련 기사, 2022.9.6.
주식투자로 돈 버는 방법 | 15000원부터 시작 가능한 총 평점 5점의 전자책, 투잡·재테크 전자책
3개 총 작업 개수 완료한 총 평점 5점인 레오88의 전자책, 투잡·재테크 전자책 서비스를 2개의 리뷰와 함께 확인해 보세요. 전자책, 투잡·재테크 전자책 제공 등 15000원부터 시작 가능한 서비스
kmo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