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퍼링(tapering)은 정부가 경제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취했던 양적 완화의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해 가는 것을 말한다. 출구 전략의 일종으로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하는 통화정책이다. 사전적 의미에서 테이퍼링(tapering)은 "점점 가늘어지다", "끝이 뾰족해지다"라는 뜻이다. 테이퍼링이라는 용어는 2013년 5월 23일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의회 증언 도중에 언급하였다.
테이퍼링은 버냉키 의장이 사용한 것으로 같은 긴축이면서 금리 인상을 의미하는 타이트닝(tightening)과 달리 양적완화 정책 속에 자산 매입 규모를 줄여나가는 방식으로 해석된다. 테이퍼링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투자자들은 금리인상을 예상해 자산을 매각하게 되고, 신흥국에서 달러 자금이 빠져나가 일부 국가의 경우 외환위기를 당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Fed에서 언제 테이퍼링을 실시하는 지에 매우 예민하게 주시한다. 증시는 테이퍼링 이야기만 나와도 공포심리에 휩싸이게 된다. 2013년 Fed 연준의장이 2008-2009년 미국 금융위기때문에 시행했던 양적완화 정책에 대해 테이퍼링을 언급한 후 시장은 순식간에 폭락하였다. 이렇게 테이퍼링에 대해 발작적으로 반응하는 현상을 '긴축발작(taper tantrum)'이라고 한다. 긴축발작은 미국의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정책이 긴축으로 전환될 때 금융시장이 겪는 되는 충격을 말한다.
정부는 경제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이자율을 낮추고 채권을 매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시장에 통화량을 증가시키는 정책을 취한다. 이러한 양적 완화 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달성하여 경제가 회복되기 시작하면, 정부는 출구 전략의 일환으로서 그동안 매입하던 채권의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정책을 취하는데, 이것이 테이퍼링이다. 그런 점에서 테이퍼링은 '양적 완화 축소'라고 해석할 수 있다. 테이퍼링은 출구 전략의 일종이지만 출구 전략과 동일한 의미는 아니다. 정부는 출구 전략을 시행하기 위해 채권 매입 규모를 축소하는 테이퍼링 정책 이외에도 은행 이자율을 올리는 등 다른 방법으로도 통화량을 축소할 수 있다.
작년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받은 미국 경제가 최근 미 중앙은행(Fed)의 양적 완화 정책과 백신 보급 성공에 힘입어 빠른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고, S&P500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넘어섰다. 코로나-19로 급락했던 물가도 원자재 가격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뚜렷해지면서 이제 Fed 내부에서도 통화 완화를 단계적으로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였던 지난해 3월 Fed는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연 0.25%로 인하했다. 그럼에도 시장 불안이 지속되자 매월 1200억달러(약 136조원) 규모의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사들이는 정책을 지난해 6월부터 시행 중이다. 테이퍼링은 바로 Fed의 이 채권 매입 규모를 점차 줄여가는 것이다.
며칠전 7월 7일에 공개된 미연방준비제도(Fed; Federal Reserve System, 미국의 중앙은행)의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회의록에는 금리 인상이나 조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대한 신호를 내놓지 않았다. FOMC는 12명으로 구성되는 연방준비제도 산하의 위원회이다. 연 8회의 정례회의를 갖고, 미국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Fed가 통화정책 변경에 대한 인내심을 재차 강조하는 동안 2분기 경기 정점론이 확산하며 미 국채금리는 장중 1.2%대로 추락했다. 회의록은 제롬 파월 Fed 의장의 언급대로 위원들이 향후 회의에서 테이퍼링 논의를 시작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지난 6월 FOMC 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받고 테이퍼링 논의 개시 사실을 조심스럽게 공개한 바 있다.
일부 FOMC 위원들이 예상보다 빨리 테이퍼링에 착수해야 할 여건이 조성될 것으로 판단했지만 대다수 위원은 매월 1,200억 달러 규모의 자산 매입을 축소할 상황이 아니라고 전망했다. 조기 테이퍼링에 반대한 위원들은 "경제 진전을 평가하고 자산매입 계획 변경을 발표하는 데 있어서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언급했다고 회의록은 소개했다. 회의록은 위원들이 여전히 인플레이션 상승이 일시적이라는 생각을 보였다고 전했다. 조기 금리 인상에 대한 가능성도 작게 평가했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수 위원들은 “테이퍼링을 서두를 필요가 없고, 정책 변화에 시장이 잘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많은 시장 전문가들이 Fed의 장기 기준금리 전망이나 과거 테이퍼링 사례를 볼 때, 불확실성은 상존하지만, 금년말이나 내년 초에 테이퍼링을 시작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아무튼 미국 연준이 테이퍼링을 시작하고, 이후 금년 말이나 내년 초 미국 금리가 인상된다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 최근 우리나라는 가계부채와 기업부채가 크게 높은 데다 국가채무 내지 국가부채가 크게 증가하여 금리가 인상되면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연내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5월 27일과 6월 24일 밝혔다. 연내 금리 인상 여부는 경제 상황의 전개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주식투자자들도 미국의 테이퍼링이나 금리인상 가능성을 수시로 체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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