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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의 정부실패와 교훈(Ⅰ), 세계 1위 석유매장량 국가가 왜 경제파탄되었나? (제1부)[이춘근 경제상식 #63]

여행정보(레오)88 2021. 7. 9. 19:38

이번 회차는 베네수엘라의 정부실패 사례와 교훈(Ⅰ)! 세계 1위 석유매장량 국가가 왜 경제파탄 되었는가? 라는 내용을 가지고 설명한다.
경제학에서 정부실패 (Government Failure)란 국가가 경제정책을 실시하여 실패한 경우를 말한다. 보다 쉽게 이야기하면 국가실패의 경우이다. 베네수엘라는 과거부터 석유가 매장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1차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석유 시추에 본격적인 개발을 지연시켰다. 그러다가 1914~1917년 까지 유전들이 발견되었고, 1922년부터 마라카이보 분지에서 하루 10만 배럴의 생산량이 생산됨으로써 본격적인 산유국으로서의 역사가 시작 되었다. 1928년에는 세계 2번째의 석유수출국이 되었다. 매장량은 약 3,000억 배럴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석유 매장량을 가지고 있다.
당시 베네수엘라는 농업에 대한 제대로 된 기반도 없었고, 제조업 분야는 물론 사회기반시설 자체도 갖춰지지 않은 못사는 나라였다. 오직 소수의 부유층들이 토지를 독점하여 행복을 누리는 빈곤국가였다. 그러한 국가에 기름이 생산된 것이다. 나라는 순식간에 빈곤문제를 벗어나 주요 석유 수출국이자 생산국이란 타이틀을 걸고 남미의 최대 부유국가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1950년대에는 1인당 국민소득이 7,424달러로 세계 4위였다. 1970년에는 남미에서 가장 잘 살았고, 1인당 소득이 스페인, 그리스, 이스라엘보다 높아 세계 가장 부유한 나라 20위 안에 들었었다.
제1차 오일쇼크로 1973년 유가가 4배나 상승하였고, 이러한 석유파동으로 전 세계가 혼란을 겪고 있는 동안 베네수엘라는 막대한 수입을 거둬들였다. 1970년대에는 1973년 제1차 석유파동과 1978년 제2차 석유파동으로 유가가 크게 올라 오일머니로 많은 달러가 들어오게 되었다. 남미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가 되었지만, 우연히 발견된 석유로 이뤄진 행운이었고, 국가는 이 막대한 수입을 통해 무분별한 복지정책과 지출로 소비했다
그 후 1981년부터 멕시코의 유전 발견을 시작으로 유가가 하락하기 시작하여 베네수엘라는 서서히 몰락의 길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국가의 방만한 재정지출에 이미 달콤한 맛을 본 국민들은 이러한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고 빈곤한 삶으로 급속히 떨어지게 되었다. 결국 330억 달러의 빚더미에 앉게 되고, 1989년 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하는 사태가 되었다. 대부분의 물가는 상승하고, 나라는 허리띠를 쥐어 짜 긴축을 벌이게 되었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넘어가고 결국 사회 혼란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와중에 1998년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당선으로 그 하락에 페달을 달게 되었다. 좌파성향의 우고 차베스는 오히려 방대한 예산계획을 실행하여 나라 전반의 복지정책을 위해 석유로 벌어들이는 수입을 몽땅 투입하게 되었다. 이러한 무상복지에 사람들은 환호하였다. 국민들은 게으르고, 국가가 주는 복지혜택에서 벗어나기를 원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부자들은 더 많은 세금 압박으로 인해, 해외로 떠나게 되었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런 가운데에서도 국민의 목소리를 따라 최저임금을 큰 폭으로 인상하고, 이에 따라 물가가 크게 상승하였으며, 강력한 가격 통제를 실시했다. 이런 순서로 산업기반은 파탄나게 되고, 기본적인 생필품조차 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2014년 이후에도 유가는 계속 하락하였고, 생산량마저도 예전 같지 않게 되었다. 기본적인 식료품마저 부족한 상황 속에 정부는 급상승하는 가격을 통제하기 위해 나섰지만, 부족한 식료품을 뒤에서 비싼 가격에 되파는 사람들도 나타나기 시작했고, 국민들의 가게 살림은 더욱 더 힘들어지게 되었다. 국가의 빚은 늘어가고, 이를 갚은 현금은 부족하고, 국민들은 기본적인 병원 치료까지 받지 못하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한때 GDP가 세계 4위에 달하던 베네수엘라는 2016년 기준 102위, 2019년 133위로 떨어지면서,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중에 하나가 되었다.


베네수엘라 정부실패내지 국가실패의 원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석유자원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 경제위기를 가져왔다. 베네수엘라는 석유가 국가 전체 수출의 96%를 차지하고, 재정수입의 50%와 GDP의 약 30%를 석유에 의존하고 있어, 유가 하락 시 경제 전체가 악화될 우려가 있었다. 실제로 2010년 이후 국제유가 하락에 따라 베네수엘라 경제는 급격히 악화되었다. 그럼에도 석유에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부족했다.
석유가 발견된 이후에는 세금이 걷지 않아도 국가살림을 경영할 수 있었다. 그렇다 보니 석유산업 이외 다른 산업을 발전시킬 필요성을 못 느꼈다. 산업이 발전하지 못하니 생산량이 줄어들게 되고, 자연스럽게 식량과 생필품 등이 부족하게 되었다. 석유수출로 번 돈이 많다 보니 물자의 대부분을 수입해서 사용하게 되었다. 그러자 산업분야에 종사하던 연구원과 기술자들은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하게 되고, 해외로 빠져나가게 되었다. 그리하여 자국의 산업생산 인프라가 점점 허약해지게 되었고, 제조업 등 산업 발전은 미진했으며, 주요 산업을 국유화하는 과정에서 경쟁력이 저하되었다.
석유관련 산업조차 국유화에 따라 생산성이 감소했다. 과거 하루에 300만 배럴에 육박하던 생산량이 2018년에는 140만 배럴 수준으로 떨어졌다. 산업 다각화를 통한 위험분산이 어렵다면, 위기발생 시 환율방어를 위한 국부펀드 운영 등 대책이 필요한데 이마저도 부족했다.

 

둘째, 인기 영합의 포퓰리즘적인 사회주의 제도를 도입한 것이 경제를 쇠퇴시키고, 국가를 몰락시킨 원인이 되었다.
포퓰리즘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면에서 본래의 목적보다 대중을 인기를 얻을 목적으로 하는 정치행태를 의미한다. 진심으로 국민들의 삶을 나아지게 하려는 목적의 복지가 아닌 정권 유지를 위한 인기라는 목적을 가지고, 방만하게 재정을 운영하는 정책을 뜻한다. 우고 차베스가 집권했을 무렵 1999년 배럴당 10달러 이었던 유가는 꾸준히 상승하여 2008년에는 133달러까지 상승하였다. 이에 따라 엄청나게 돈을 벌었지만, 이 재정을 기간산업이나 생산 인프라에 투자하지 않고, 연금 혜택 확대, 의료, 교육, 식품, 주택, 토지분야에 무상정책을 실시하였다. 물론 국민 빈곤율이 떨어지는 약간의 효과도 있었지만, 석유 값이 떨어지자 고스란히 재정부담이 되었다.
석유를 국유화한 후 정부가 국민들에게 값싸게 공급하였고, 석유수출에서 들어오는 수입을 각종 복지프로그램 운영과 국민들의 환심을 사는데 사용했다. 국민들도 거의 공짜로 주는 지원금에 환호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석유가격이 오를 때에는 문제가 안되었지만, 하락할 때는 많은 재정적자를 냈으며, 국가부채가 증가해 갔다.
1998년에 대통령이 된 차베스는 2003년부터 2010년까지 고유가의 번영을 누렸다. 그는 기존의 실패한 정책들을 개혁하기보다는 국가소유 석유회사(PDVSA)로부터 들어오는 수입을 포퓰리즘적 사회주의 정책들을 시행하는데 사용했다. 특히 1998년 차베스 집권 후 무상교육’, ‘의료지원’, ‘저소득층 보조금 지급등 사회복지 확대로 인해 실업률과 빈곤율이 감소하고, 문맹률이 떨어지는 등 일정한 효과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과도한 복지지출로 인해 베네수엘라는 자원부국임에도 재정이 크게 취약해 졌다. 그 결과 2000-2013년 동안 GDP 중 사회복지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40%까지 증가하게 되었다. 베네수엘라 GDP 대비 정부지출은 2000년 28% 수준에서 2018년 41%까지 증가했고, 재정수지는 2007년 마이너스를 기록한 후 적자 폭이 확대되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늘어난 재정부담을 메우기 위해 미래의 석유수익금을 담보로 정부 차입을 확대했다. 유가가 상승세에 있는 동안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유가상승세가 꺾이자 재정 부담이 급격히 가중되었다. 이를 메우기 위해 화폐를 기록적인 수준으로 증발하게 된 것이 베네수엘라에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한마디로 복지정책에 따라 확대된 국가재정이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았다.

셋째, 가격통제와 규제위주의 경제정책이 시장을 왜곡하여 경제활력을 감소시켰다. 우고 차베스정권은 상승하는 물가를 잡기위해 생필품들의 가격을 국가에서 책정하여 강제로 물가를 억누르게 되었다. 물건을 필아 이익을 남길 수 없게 된 기업들은 무너지게 되었다, 차베스는 무너진 기업들을 국영화했고, 무너진 시장경제를 일으키겠다고 화폐를 남발하였다. 이렇게 되자 물가가 폭등하게 되고, 연 100-200%씩 상승하게 되었다. 그러자 정부는 생필품들을 수입한 뒤 바로 시장에 풀지 않고, 상황에 따라 배급을 하기 시작했다. 이 지경에 이르게 되자 부패한 공무원들은 배분할 물자를 빼돌려 암시장에 팔게 되고, 국민들은 눈에 보이는 물건들을 매점매석하기 시작했다. 그 후 미국에서 세일가스까지 발견되자 석유 값은 급락하게 되고 물자 수입도 어렵게 되었다. 이는 가격통제를 통해 시장이 왜곡되고, 시장이 망가지자 기업이 무너지는 경제실패의 표본을 보는 것 같다.
다시 말하면, 주력산업의 국유화, 각종 가격통제 및 외환통제 등 베네수엘라 정부가 규제 위주의 경제정책을 강화한 것도 베네수엘라 경제 활력 저하의 원인이 되었다. 2000년 이후 석유를 포함하여 통신·철강·전력·시멘트 등 주요 산업이 국유화되면서 해당 산업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정권의 측근 인사들이 국유화된 기업에 임명되었고, 이들의 경영실패는 생산성 감소로 이어졌다. 가격통제 역시 기업의 채산성을 약화시켰다. 국영화된 전력기업의 경우 2005년 이후 전기료가 동결되면서 2012년에 들어서는 총수익이 인건비의 70% 수준까지 떨어지게 되었다. 그 결과 베네수엘라의 산업은 경쟁력이 약해졌다. 2006년에 15만 대에 달하던 자동차 조립생산 대수는 2016년 3,000대 수준으로 하락했고, 2017년 조강생산량도 2008년 대비 10% 수준으로 급감했다. 수출도 2015년 이후로 급감하여 2008년 대비 1/3 수준이 되었다.
심지어 베네수엘라 헌법은 사회공공의 이익을 위해 국가의 재산수용을 허용하고, 국가에 대한 범죄, 부패, 마약거래 등에 연루된 사람들의 재산몰수를 규정하고 있다. 심지어 가격인상을 근거로 기업의 자산을 몰수할 수 있는 법률까지 시행 중이다. 이를 근거로 광범위한 수용 및 몰수가 시행되었다. 국제재산권연대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재산권 보호 순위는 2017년에 127개국 중 126위다. /내용이 많아 제1부는 여기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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