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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의 파운드리시장 공략, 세계 반도체 패권전쟁- 삼성은 효율적으로 대응해야! [이춘근 티스토리 74회: 경제상식 #45]

여행정보(레오)88 2021. 7. 19.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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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인 미국 인텔이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4위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를 300억 달러(약 34조 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인수가 성사되면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에서 대만 TSMC와 삼성전자에 이어 단숨에 세계 3위권으로 도약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TSMC와 삼성전자 중심의 양강 체제가 흔들리는 등 파운드리 시장의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인텔은 전 세계 반도체 공급 부족과 함께 파운드리 시장 성장이 예상되자 이 사업을 다시 키우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7월 15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텔이 글로벌파운드리((GlobalFoundries Inc.)를 소유한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인 무바달라인베스트를 상대로 총 300억달러 규모의 인수·합병(M&A)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파운드리는 지난해 4분기 기준 점유율 6.6%로 대만 UMC와 함께 3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점유율 순위는 UMC(United Microelectronics Corporation; 대만의 반도체회사)에 근소하게 뒤진 4위다. 미국 뉴욕·버몬트, 독일 드레스덴 등에서 생산시설을 운영하며 AMD(Advanced Micro Devices; 미국의 반도체회사), 퀄컴 등 전 세계 250개 고객사를 상대로 고성능 중앙처리장치(CPU) 등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고 있다.
글로벌파운드리 측은 WSJ 보도와 관련해 협상을 아직 진행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반도체 업계에서는 인수 협상액이 구체적으로 거론됐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교섭이 실제로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협상이 성사되지 않으면 무바달라인베스트가 당초 계획대로 올해 말이나 내년을 목표로 글로벌파운드리를 상장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경우 글로벌파운드리의 기업 가치는 최소 2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인텔은 앞서 지난 3월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가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하며 20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신규 반도체 공장 2개를 짓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파운드리 인수까지 추진하며 거액을 제시함으로써 파운드리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다시 한번 과시했다.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진출 전망이 밝은 건 아니다. 2012년에는 22㎚ 기반의 팹리스 주문제작 사업체인 ‘인텔 커스텀 파운드리 그룹’을 설립하고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했으나, AMD·애플·퀄컴·엔비디아 등 대형 팹리스의 사업 수주에 실패하는 등 더딘 성장을 보인 끝에 사업을 정리했던 경험이 있다. ‘대만의 TSMC와 삼성전자보다 공정 수준이 낮고 수주 경쟁에서 밀려 성공할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020년 12월, 미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서드포인트’의 대니얼 로브 CEO가 ‘인텔은 제조업 리더십을 상실해 TSMC와 삼성전자로부터 밀려났으니 반도체 생산 부문을 정리해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인텔 이사회에 보낸 바 있다. 매튜 브라이슨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는 “인텔의 기존 시장 지위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한편,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 갈등과 아시아 중심의 반도체 제조산업 구도를 우려하면서 자국 반도체 기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2020년, 상무부는 미국의 제조장비·설계·소프트웨어 기술을 사용한 모든 반도체를 화웨이와 그 계열사에 공급할 경우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내용의 제제 안을 발표했다. 이 정책 기조는 정권이 바뀐 바이든 행정부에 와서도 유지됐다. 2월 24일 조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등 4개 품목의 공급망 검토를 명령했는데, 이 행정명령에는 반도체 공급망 실태 조사와 정책 과제 발굴이 규정돼 있다. 앞으로 미국은 TSMC의 대만과 삼성전자의 한국 등 아시아 국가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생산력을 늘릴 방침이다.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글로벌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6%, 삼성전자가 18%로 예상되며 대만의 UMC와 미국의 글로벌파운드리가 각각 7%, 중국의 SMIC가 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인텔의 진출로 파운드리 시장이 장기적으로 TSMC와 삼성전자, 인텔 등 '3강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2030년까지 171조 원을 투자해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강력한 후발주자의 도전에 직면할 위기에 처하게 됐다. TSMC와의 점유율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인텔이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사업 확대에 나서면 삼성전자로서는 압박이 클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있다"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올해 1분기 기준 17% 점유율로 55%를 점유하고 있는 TSMC에 크게 뒤처진 2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5㎚ 이하 초미세 공정에서는 TSMC와 6대 4 정도로 호각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이 수감 중인 삼성전자는 올해 초 3년 이내에 유의미한 M&A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제대로 된 진전을 보이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 5월 발표한 170억 달러(약 19조 원) 규모 미국 증설 투자 계획도 아직 확정을 못 하고 있다.
아무튼 삼성전자는 대만과 미국 인텔의 추격을 뿌리치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회복하여 반도체 선두주자로서의 위치를 굳건히 지켜 주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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