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아일랜드가 어떻게 빨리 IMF 구제금융을 회복하고 빠르게 성장했을까요? 그것은 긴축재정으로 재정 건정성을 강화하고, 민간은행의 부실채권을 정리하였으며, 외자 유치전략과 산업경쟁력을 강화하였기 때문이다.
첫째, 아일랜드는 7년 연속 긴축 예산안을 발표하며 강도 높은 긴축정책을 실시했다. 그동안 공무원 수를 10% 이상 줄였고, 공공부문 임금과 복지 비용도 8.0% 정도 최대한 삭감했다. 또 2015년까지 재정적자 수준을 GDP 대비 3%로 축소하는 것을 목표로 강도 높은 긴축정책을 추진하였고, 민간은행의 부실채권 처리를 위해 특수기관인 NAMA를 설립하여 2011년 말까지 총 740억 유로의 부실채권을 매입 조치하고, 이후 공적자금 회수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가 이루어졌다. 재정적자 목표치 달성을 위한 재정긴축의 1/3은 정부 세수 수입을 통해 달성했고, 2/3는 정부지출의 축소를 통해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국민에게 고통을 감내해 달라고 설득했다. 아일랜드 정부는 2008년에서 2013년까지 6년 연속 긴축재정을 편성한 결과, 2010년을 기점으로 재정적자 수준을 감소시키는 데 성공하였다.
둘째, 아일랜드는 법인세와 수입관세를 대폭 인하하는 적극적인 외자 유치 전략으로 1990년대 이후 눈부신 성공을 이룩했다.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MS, 휴렛 패커드와 그 밖의 많은 다국적 제약 회사인 화이자 등도 낮은 법인세의 매력 때문에 아일랜드에 진출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 유럽 내 최고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아일랜드는 아시아의 고도 성장국에 빗댄 별칭으로 한때 ‘켈트족의 호랑이’라는 칭송을 받기도 했다. IMF와 EU 구제금융 후에는 강력한 긴축정책으로 3년 만에 극복했다. EU와 IMF와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아일랜드 외자유치의 상징인 낮은 법인세율인 12.5%를 고수하고 있고, 오히려 소비세와 부가가치세를 인상한 것은 경제회복의 관건이 외자를 통한 투자확대→수출증대에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되었다. 아일랜드는 12.5%의 낮은 법인세율, 폭넓은 연구개발(R&D) 투자 인센티브 등 기업 친화적 조세 환경을 앞세워 글로벌 IT 기업들의 유럽, 중동, 아프리카 시장의 전초기지가 되면서 세계 1위의 정보통신 및 컴퓨터(ICT) 서비스 수출국으로 발전했다.
셋째, 아일랜드는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지속적으로 단위노동비용이 상승하였으며 2008년에는 유럽 주요국 중에서 최고치를 기록하다가 금융위기 이후 임금삭감 및 구조조정을 통해 2011년에는 최저치를 기록했다. 낮아진 노동비용은 12.5%라는 낮은 수준의 법인세와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외국계 글로벌 기업의 투자확대와 그에 따른 일자리 확대를 가져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유위기를 맞아 아일랜드 정부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취한 재정확대와 경기부양책을 사용치 않고, 철저한 재정안정화와 임금감축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 성공요인이었다.
넷째, 아일랜드의 성공요인 중에 사회연대협약 체결을 비롯한 사회갈등 조정력을 빼놓을 수 없다. 1980년대 중반 극심한 노사분규로 임금수준이 높아지면서 기업의 수익성 저하, 경기부진 심화 및 고용사정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경험했다. 임금상승률도 15%가 넘었지만, 물가상승과 소득세율 등을 감안하면 실질소득은 오히려 줄어드는 식이었다. 결국엔 경제의 고비용 구조를 축소해야 한다는 노사간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아일랜드는 국가적 과제를 놓고 반목과 분열 대신 노사정이 ‘노동시장 개혁’이란 사회적 대타협을 해냈다는 점에서 비슷한 역사를 가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일랜드 정부는 1987년 중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3년 단위의 사회적 합의인 ‘사회연대협약(Social Partnership Agreement, 1987년)’을 이끌어냈다. 동 협약은 노·사·정·농 등 다양한 경제사회 주체 간의 협약으로 임금, 세제, 사회보장 등에 관한 포괄적인 합의이다. 협약체결 당시 임금인상률을 연간 2.5% 내로 억제하는 것에 합의하였으며, 정부는 노동자들의 실질 세부담률(tax wedge, 조세격차)을 줄이는 정책을 시행하였다. 이러한 사회연대협약이 성공적으로 도출되고 정착된 것은 정부가 주도한 성장위주 일자리창출정책에 대한 폭넓은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라고 평가된다. 이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경제적으로 실업률, 인플레이션, GDP 성장률, 국가부채 등을 안정시킬 수 있었다.
끝으로, 남유럽 재정위기 국가 중에서 극복 속도가 가장 빠른 이유는 아일랜드 경제의 구조적 특징인 제조업과 수출의 비중이 높고, 정부의 성공적인 개혁조치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한 국가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골고루 발전해야 한다. 아일랜드의 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6%로 이는 유럽에서 제일 높은 수준이다. 아일랜드는 세계금융위기 이후 경제위기를 맞은 PIIGS들 중 가장 먼저, 양호한 상태로 회복하였는데 이는 건실한 제조업 기반 덕분이라는 지적도 있다. PIIGS 국가중 포르투갈이 19%,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21%, 그리스가 15% 정도이다.
또한, 아일랜드는 IT서비스, 소프트웨어, 바이오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 중심의 ‘외국인 투자유치전략→수출확대’ 전략으로 1990년대부터 빠른 경제성장을 기록했다. 아일랜드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국가 최대목표로 설정하여 개방적이고, 예측 가능한 기업환경 조성을 위해 오랫동안 일관된 정책을 구사하였다. 즉 낮은 법인세율(12.5%)과 높은 투자 인센티브, 효율적 노동시장, 용이한 납세행정 등 기업 친화적 법·제도를 장기간 유지하여 기업들의 투자 불확실성을 해소하였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22%였던 법인세를 2018년 25%로 인상한 데다 R&D 세액공제도 지출 성격에 따라 공제율이 달라 ICT 서비스산업 발전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3~10%에 불과한 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는 드라마, 영화 등 영상콘텐츠에만 적용되고, 주력 수출 분야인 게임은 대상에서 빠져있다. 또한, 독립제작사의 선급금 및 저작권 보장도 미흡해 콘텐츠 산업 생태계가 여전히 미성숙한 상태다. 아일랜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 부문에서 세계 15위, ‘성과주의 및 인센티브’ 부문에서 세계 4위를 기록하여 두 부문을 종합한 ‘노동시장 효율성’에서 세계 6위를 기록하였다.
IMF 세계경제전망 통계에 따르면, 아일랜드의 실질 GDP 성장률은 2015년에 무려 전년 대비 25.3%나 증가하였고, 2017년 9.4%, 2018년 8.9%, 2019년 5.9%, 2020년 2.5%의 성장률을 나타냈다. 2019년 성장률 5.9%도 유럽 전체의 평균 성장률인 1.6%보다도 크게 높았고, 유로지역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1인당 GDP도 약 78,000달러로 세계 4위 수준으로 상당히 높고 국토면적은 남한 면적의 84% 수준이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017년 0.3%, 2018년 0.7%, 2019년 0.9%, 2020년 –0.5% 등으로 상당히 안정되어 있고, 실업률은 2019년 5.0%를 나타냈다.

최근 우리나라의 가파른 성장률 위축세는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 최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과 비교해 2019년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경제성장률 7위에서 15위, 잠재성장률 3위에서 10위로 하락했다. GDP갭률은 1위에서 30위로 29계단이나 추락했다. 이 순위도 자료를 보면 문정부가 들어선 2017년에서 2019년까지 상당수준 하락하였다,
이와 같은 가파른 위축세는 아일랜드의 사례와 대비된다. 우리나라가 추락한 기간 동안 아일랜드는 OECD 34개국 중 경제성장률 30위에서 1위로, 잠재성장률 19위에서 1위로, GDP갭률도 31위에서 2위로 뛰어올랐다. 아일랜드는 법인세율 인하와 재정 긴축, 노사안정을 위한 사회연대협약 체결 등 구조개혁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외국인 투자가 비약적으로 증가했다는 평가다.

잘 나가던 아일랜드도 과거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즉 1845년에서 1852년까지 아일랜드섬에서 일어난 집단 대기근이었다. 아일랜드 기근의 여파로 아일랜드의 인구는 크게 감소하였고, 대기근 이후에도 아일랜드인들의 해외 이주는 계속 증가하였다. 1900년대 중반까지 아일랜드의 인구는 계속 감소하여 본래의 800만 명에서 절반으로 줄게 되었다. 1845년 어느 날부터 갑자기 감자 역병이 아일랜드 전역에 발생했다. 감자는 당시 아일랜드인의 주식이었는데, 감자가 없어지자 아일랜드인들은 하나둘 죽기 시작했다. 감자 역병은 일부 요인이었고, 직접적인 원인은 영국인 지주들의 착취였다. 그들은 아일랜드인을 소작인으로 부리면서 많은 곡식을 축적했다. 지주는 먹을 것조차 없는 아일랜드 소작인에게 소작료를 요구한 것도 아일랜드인이 대기근 기간 동안 굶주린 이유 중 하나이다. 이는 식민지국가의 쓰라린 과거였다.
최근 우리 경제가 취하는 경제정책을 보면, 상술한 아일랜드의 개혁정책과는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간다. 여러분들은 이 내용을 보시고, 수정이나 보완해야 할 사항이 있으면 댓글을 달아주십시오. 성실히 답변드리겠습니다. 건전한 비평과 댓글은 추후 연구에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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