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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의 최근 동향과 과제는 무엇인가? [이춘근교수 경제상식 118회]

여행정보(레오)88 2021. 9. 4. 04:09

저는 대학에서 화폐금융이론과 금융정책론을 강의했지만, 최근 화폐금융제도를 보면,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만큼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최근 IT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화폐의 디지털화에 대한 논의가 국내외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각국 중앙은행이 발행을 검토하고 있는 디지털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CBDC)는 기존의 실물 화폐와 달리 가치가 전자적으로 저장되며, 이용자간 자금이체 기능을 통해 지급결제가 이루어지는 화폐를 말한다. 이는 민간에서 발행하는 가상화폐와 구별되는 법정통화(legal tender)로서 실물화폐와 동일한 교환비율이 적용되어 가치변동의 위험이 없고 중앙은행이 발행하므로 화폐의 공신력이 담보된다.
CBDC는 쉽게 말해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다. 민간이 발행하는 비트코인과 달리, 중앙은행이 그 가치를 보장한다. 당연히 법정 화폐 같은 신뢰도를 갖는다. 액면가가 고정돼 있어 비트코인처럼 가격이 변하지도 않는다. 전자적으로 저장·유통된다는 점을 빼면 지폐나 동전 같은 실물 화폐와 다를 바 없다.
2009년 비트코인을 비롯한 다양한 암호화폐(cryptocurrency)가 처음 등장한 이후 가파른 가격 상승을 보이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으나 극심한 가격변동성과 화폐가 갖는 지불수단으로서의 한계 등이 노정된 바 있다.
세계 66개 중앙은행 86%가 CBDC 개발을 위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국제결제은행(BIS)의 보고서도 이를 뒷받침한다. 금융포용 수준이 낮은 캄보디아, 튀니지, 케냐 등에서도 CBDC 발행을 검토할 정도다. 중앙은행의 디지털 통화는 암호화폐와 달리 거래 효율성과 안전성이 높다는데 착안한 것이다. 현금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는 민간 암호화폐의 수요를 대체할 수도 있다. 가장 앞서 치고 나가는 중국은 작년 중반부터 쑤저우, 선전, 청두, 슝안신구에서 디지털 위안화를 시범 운영해 왔다. 디지털 통화 시대의 주도권 확보 경쟁, 특히 미 달러패권에 도전장을 내미는 국가적 야심까지도 포함된 것 같다.

언뜻 보면 CBDC가 도입되어도 달라질 게 없을 것 같다. 이미 대부분 사람이 신용카드와 모바일 간편 결제를 이용해 ‘현금 없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결제와 송금은 이미 모두 디지털로 이뤄진다. 그러나 CBDC에는 기존 금융 시스템을 뒤바꿀 수 있는 차별성이 숨겨져 있다. 바로 은행 계좌나 신용카드가 없어도 결제와 송금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존 화폐는 중앙은행이 발행해 은행에 공급하고, 은행 계좌를 통해 개인과 기업에 전달되는 방식으로 유통된다. 개인은 화폐를 예금 형태로 은행 계좌에 넣고, 신용카드나 간편 결제에 연동해 쓴다. CBDC는 이런 과정이 필요 없다. 기업과 개인이 보유한 ‘블록체인 지갑’(전자 지갑)이 바로 계좌다. 월급이나 사업 소득이 은행 등 금융회사를 거치지 않고, 블록체인상의 장부를 통해 개인의 전자 지갑에 바로 꽂힌다. 송금과 결제는 전자 지갑 앱으로 한다.
현재 중국이 시범 운영 중인 CBDC인 DCEP(Digital Currency Electronic Payment·디지털 통화 및 전자 결제)는 중국 인민은행이 주요 은행에 DCEP를 발행하고, 이들이 다시 개인에게 배포한다. 중간에 은행이 끼는 것이다. 그렇다고 은행 계좌를 거치는 게 아니라, 각 금융기관에서 만든 전자 지갑을 통해 개인에게 전달된다. 개인은 스마트폰의 전자 지갑 앱으로 DCEP를 송금·결제한다.
CBDC는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유럽, 심지어 우리나라도 도입을 검토·연구하고 있다. CBDC가 도대체 어떤 역할을 하기에 비트코인 값을 뚝뚝 떨어뜨릴 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일까? 금융업계는 “화폐 혁명의 진정한 ‘게임체인저’는 비트코인이 아닌 CBDC”라고 전망한다. 가상화폐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마저 “앞으로 3년 안에 우리가 보게 될 가장 큰 혁명은 CBDC”라고 했다. 실제로 4월 21일에는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미국이 본격적으로 디지털 달러 도입에 나설 수 있다”고 했고,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도 4월 23일 “중앙은행의 디지털 통화 개발을 매우 신중하고 투명성 있게 접근할 것”이라고 했다.

 

CBDC의 장단점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겠다. 먼저 장점은 결제 과정이 단순화하면서 거래 비용이 절감돼 금융의 효율이 높아진다. 특히 저소득·소외 계층의 금융 접근성이 높아진다. 이 때문에 미국 의회서도 CBDC 도입 얘기가 나왔다. 돈 풀기와 유동성 조이기 등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효과도 커질 수 있다. 중앙은행이 기업과 개인의 가상화폐 지갑에 바로 돈을 꽂아 주는 방식으로 곧장 민간에 돈을 풀 수 있어, 신속한 정책 실행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현재는 중앙은행이 돈을 풀어도 시중은행이 이 돈 일부를 중앙은행에 다시 예치해버려 정책 효과가 제대로 나지 않았다. 현재 금융 시스템에선 별 효과가 없는 마이너스 금리를 통한 경기 부양도 쉽게 할 수 있다. 지금은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마이너스로 떨어뜨려도 현금을 갖고 있으면 영향을 받지 않아 소비 진작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CBDC(중앙은행 발행 가상화폐)가 도입되면 중앙은행이 CBDC 잔고를 감소시키는 방식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부과할 수 있다. 안 쓰고 놔두면 돈이 줄어들므로 빨리 쓸 가능성이 훨씬 높아 진다.
지하경제 양성화에도 기여한다. CBDC는 디지털 형태로 발행·유통되기 때문에 현금과 달리 거래 내역이 모두 블록체인에 남는다. 탈세나 테러 자금 조달 등의 목적으로 활용되는 불법 자금을 추적하기 쉽다. 지하경제 규모가 큰 개발도상국에선 세원이 투명화되면서 세수 창출 여력이 확대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CBDC의 단점도 있다. 원장에 거래 내역이 일일이 남는 것은 ‘양날의 칼’이다. 중앙은행이 기업과 개인의 모든 거래 내역을 들여다볼 수 있어 개인 정보 침해 소지가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이 때문에 DCEP를 ‘통제 가능한 익명 시스템’으로 구축하겠다고 한다. 자금 세탁, 테러, 탈세, 온라인 도박 등만 감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싱크탱크인 신미국안보센터(CNAS)는 “중국 공산당이 DCEP로 시민의 경제 활동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해 징벌적 권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DCEP를 이용한 무역 거래와 해외 금융 거래는 중국 정부의 감시권에 들어가는 것이다.


CBDC는 국가가 보증하는 안전 자산이므로, 시중은행에서 대규모 예금 인출이 일어나 CBDC로 가는 ‘디지털 뱅크런’이 발생할 수 있다. 은행의 예금이 감소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이 커지고 대출 여력이 줄어든다. 이는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경제 전반의 활력을 저해할 수 있다. /카드사와 간편 결제 회사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신용카드나 간편 결제를 쓰지 않고 앱을 이용해 바로 상대방의 전자 지갑으로 돈을 지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회사가 수수료 수익을 내기가 더 힘들어지는 것이다.

현재 CBDC에 가장 앞선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 정부는 디지털 위안화 발행 및 유통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2021년 설(춘절) 명절 기간에 베이징, 선전, 쑤저우, 청두 등 대도시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약 9000만 위안(약 156억 원) 규모의 디지털 결제 테스트를 진행했다. 작년 10월부터 선전, 쑤저우, 베이징, 청두 등 주요 도시에서 7차례에 걸쳐 대규모 DCEP 실험을 했다. 청두에서 지난 3월 3~19일 벌어진 실험에선 20만 명에게 4000만 위안(약 69억 원)이 배포됐다. 청두 시민은 쓰촨성 내 1만 개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쇼핑몰에서 디지털 위안화로 물건을 구입했다. 알리페이 등 기존 간편 결제와 사용법이 동일해 중국인들은 “쉽고 편리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014년부터 '위안화 디지털화'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중국 인민은행은 벌써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와 관련해 국제 특허 84개를 출원했다고 한다. 인민은행이 출원한 특허들은 디지털 화폐를 기존의 은행 결제·계좌 시스템에 통합시키는 기술들을 담고 있다.
DCEP는 내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상용화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DCEP를 달러를 대체할 국제 결제 수단으로도 사용하려고 하고 있다. 올 1월 기준 국제 결제에서 위안화의 비율은 2.42%에 불과하다. 미국 달러가 38.26%로 여전히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달 국제 송금망을 운영하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인 (SWIFT)와 합작법인도 설립했다.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 공식 출시목표인 디지털 위안 프로젝트는 ‘달러 제국’에 균열을 내고 기축통화국에 오르기 위한 중국의 핵심 전략이다.
ECB(유럽중앙은행) 역시 지난해 10월 ‘디지털 유로’ 논의를 공식화했다. 올해 중 디지털 유로 프로젝트 진행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국제결제은행(BIS)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65국 중앙은행 가운데 86%가 CBDC 도입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있다. 60%는 연구 실험 중이다.

현재 대다수의 중앙은행이 비트코인처럼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CBDC를 연구 중이다. 블록체인은 거래 장부(원장)를 참여자들이 모두 나눠 갖는 ‘분산 원장’ 방식이다. CBDC는 그러나 중앙은행 등 몇몇 허가받은 기관만 관리 권한을 가지는 방식이 유력하다. 아예 이 원장을 분산하지 않고 중앙은행이 독점하는 것도 가능하다. 발행한 CBDC를 금융기관을 통해 간접 유통할 수도 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의 발행은 일반 경제주체들의 지급 편의를 증진시킬 것으로 예상되나 새로운 금리체계의 형성과 은행 예금의 감소 등으로 통화정책의 유효성과 금융안정성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의 발행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기술적, 법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이 적지 않으므로 성급히 추진하기보다는 다른 나라의 논의 과정이나 도입에 따른 영향 등을 면밀히 분석한 후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한국은행도 작년 지폐와 주화에 이어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를 법정통화에 추가하기로 결정해 주목된다. CBDC는 블록체인 기술에 기초해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고 유통시키는 전자화폐로, 민간 암호화폐(가상화폐)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탓에 ‘게임체인저’로 불린다.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일반 상거래는 물론 금융·경제 전반에 대변혁을 몰고 올 가능성이 큰 만큼 기대와 우려가 교차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디지털 지급결제 수단을 제공하고 민간 가상자산과 외국의 디지털 화폐로부터 ‘통화주권’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강조했지만, 너무 늦었다는 감이 든다. 한은이 전담 연구팀을 만든 것도 겨우 1년여 전이다. 중국의 2014년 본격 착수보다 늦어도 한참 늦다. 한국은행이 금년 6월부터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관련 모의실험을 시작한다고 했다. 한국은행은 CBDC가 나올 경우 비트코인 등 기존 가상자산(암호화폐)들을 일부 대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먼저 하는 것보다는 제대로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디지털 달러’에 신중한 미국도 보스턴 연방은행이 MIT와 협업해 수년 전부터 가상 CBDC를 개발하고 테스트 중일 만큼 준비는 철저하다. 캐나다·영국·일본·유럽연합(EU)·스웨덴·스위스 중앙은행도 작년 초 미국 연방준비제도인 Fed와 CBDC 연구그룹을 구성해서 연구 중이다..
현재 시범사업이 진행 중인 중국과 스웨덴의 경우를 포함한 대부분의  CBDC는 중앙은행과 은행으로 이루어지는 2단계 체제를 통해 발행ㆍ유통되는 형태를 취하며, 중앙은행이 최종적으로 거래완결 검증을 책임지기 때문에 사용이 자국 내로 제한되어 있다./ 향후 국경 간 거래 및 환전 등에 소매용 CBDC가 통용 가능하기 위해서는 ① 자국의 소매용 CBDC를 상대국과의 협약을 통해 해당국에서 사용하는 방법과 ② 국경 간 거래 및 환전이 가능하도록 국경 간 상호운용성(cross-border interoperability)이 보장되는  m-CBDC(multiple CBDC)를 구축하는 방법, ③ 전 세계적으로 유통 가능한 새로운 글로벌 CBDC를 도입하는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국경간 거래가 가능한 소매용 CBDC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보다 긴밀한 국제적 논의 및 협력을 통해 구체화되어야 할 것이다.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도입되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는 가치저장수단이나 자산가치의 기능은 계속하겠지만, 화폐 가치는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도 디지털 화폐에 대한 도입 여부와 준비는 철저히 하되 속도를 내고, 도입시기와 실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유튜브; 이춘근방송 195회차(20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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