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DP 개념의 유용성
GDP는 한 나라 경제활동 수준인 전체적인 총생산을 나타내는 가장 좋은 지표이다. 한 나라 경제활동의 수준은 생산, 고용, 물가 등에 의하여 측정되는데 이들은 모두 GDP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실질 GDP가 증가한다는 것은 생산과 고용, 소비 등이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인구 과다에 따른 과잉실업의 어려움에 직면한 개발도상국과 수요부족에 따른 상대적인 생산시설 과잉을 경험하고 있는 선진국이나 모두 실질 GDP의 성장은 바람직한 정책목표가 된다. 그리하여 경제성장률은 실질 GDP 성장률과 동의어로 사용되고 있다.
외국 기업이 우리나라에 와서 투자하고 사업을 하면, 국내 고용이 늘고 생산활동이 활성화된다. GDP는 이러한 경제상황을 보다 잘 반영함으로써 과거의 GNP보다 유용성이 증가하여 대체되었다. GDP는 한 나라의 생산, 고용, 소비 등의 변화와 관련된 전반적인 경제활동을 화폐가치로 환산하기 때문에 한 나라의 경제가 건강한지, 허약한지를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GDP는 다른 나라와 경제규모 등의 비교를 가능케 해줄 뿐만 아니라 경제규모의 변화 추이를 비교하는 데에도 이용될 수 있다. 그리하여 GDP는 정부와 기업들의 경제정책 수립에 기준이 되어 왔다.
▷ GDP 개념의 한계
GDP가 한 나라가 생산한 재화와 용역의 형태나 질까지도 설명해 주는 것은 아니며, 한 나라의 경제적 복지 수준을 파악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또 GDP(국내총생산)는 세계 각국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경제지표지만 추계상의 한계가 있다. GDP에는 시장을 통하지 않고 거래되는 재화나 서비스가 포함되지 않는다.
GDP로 대표되는 국민계정에 나오는 총생산, 총소득 지표들은 측정상의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경제활동의 수준을 나타내는 완전한 지표가 되지 못한다. 나아가 국민 모두의 생활을 윤택하고 쾌적하게 하는 경제적, 사회적 복지라는 관점에서 볼 때, GDP가 참된 복지수준을 나타내기에는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이를 보다 자세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GDP추계 방법이 전체적인 일관성을 일부 결여하고 있다. 각국의 국민소득계정은 주거생활이 중요하다는 전제하에 주택 소유자가 자기 집에서 살고 있어도 마치 집을 빌려주어 임대료를 받는 것처럼 처리하는데 이를 귀속임료(imputed rent)라 한다. 귀속임료는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아도 추계되어 GDP에 포함되는 것이다. 한편 가정주부가 가족을 위하여 제공하는 식사, 빨래, 육아, 청소 등의 가치는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GDP에 포함되지 않는다. 똑같은 일이 음식점, 세탁소, 가정부 또는 청소부 등에 의하여 이루어지면 GDP에 포함된다. 사람들이 자동차수리센터에 가지 않고 스스로 차를 수리한 경우나 자녀를 학원에 보내지 않고 부모가 직접 자녀를 가르친 것은 새로운 가치가 창출된 것이지만 시장에서 거래된 것이 아니므로 GDP에 포함되지 않는다.
둘째, GDP는 소비자들이 즐기는 여가(leisure)를 감안하지 않고 있다. 예컨대 열렬한 골프 팬이 그의 여가시간을 골프로 흠뻑 즐긴다면 그의 만족도 내지 후생수준은 그가 치른 골프장 입장료로서는 평가할 수 없을 만큼 높을 수도 있다. 그러나 GDP에는 그가 치른 골프장 입장료만이 포함되고, 여가 만족도는 계산되지 않는다. 등산이나 바다 산책과 같은 여가활동은 즐겁더라도 GDP에 포함되지 않는다. 여가가 물질적 생산에 직접 기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가를 소비함으로써 삶의 질이 향상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셋째, GDP는 물질적 생산만을 계산하고 생산과정에서 파생되는 대기오염, 수질오염, 소음 등의 공해와 자연파괴, 교통체증, 범죄증가와 같은 부작용은 포함되지 않고 있다. 물질의 풍요 못지않게 생활의 질(quality of life)을 중요시하는 오늘날 이러한 외부불경제효과를 감안하지 않는 GDP는 만족할 만한 복지지표라고 할 수 없다.
넷쩨, GDP는 상품의 질의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즉 재화와 서비스의 품질이 개선된 점을 포착하지 못한다. 예컨대 컴퓨터는 성능이 계속 향상되는데도 가격은 하락하고 있다. 노트와 라면 등은 가격인상을 규제하여 가격이 변하지 않으면 단위 분량이나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 소비자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이러한 품질의 변화를 GDP는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다.
다섯째, GDP는 사채 ․ 부동산투기, 밀수, 마약, 탈세 등 이른바 지하경제(underground economy)의 규모를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 지하경제는 어떤 경제에서 당사자들 사이에 은밀하게 거래가 이루어지는 부분을 가르킨다. 은밀하게 거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과세당국이 거래사실을 파악할 수 없어 세금을 회피하게 된다.
끝으로, GDP는 총량 개념으로서 그 나라의 소득분배나 빈부격차를 알려주지 못한다. GDP가 비슷한 나라들 사이에서도 소득분배 상태는 나라별로 다를 수 있다. 어떤 나라는 소득이 높은 계층과 낮은 계층 사이에 수만 배의 차이가 있고, 다른 나라는 수십 배 정도의 차에 그칠 수도 있다. 이처럼 GDP는 각 나라의 경제적 규모를 알 수 있을 따름이지 그 나라 국민의 빈부격차나 소득분배 상태를 알려주지는 못한다.
▷ 대안 지표는 무엇이 있나?
많은 학자들이 GDP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많은 대안지표들을 제시하였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 중 주요한 몇개 지표를 소개한다.
① 경제후생지표(MEW)와 순경제후생(NEW)
GDP 개념의 한계를 보완하여 진정한 의미에서의 경제적인 후생을 측정하기 위해 미국의 경제학자 토빈(J. Tobin)과 노드하우스(W. Nordhaus)가 경제후생지표(measure of economic welfare: MEW)라는 개념을 만들어 냈다. 경제후생지표는 GDP에 가정주부의 서비스와 여가의 가치를 더하고 공해비용을 뺀 것이다. 새뮤엘슨(P.A. Samuelson)은 이를 순경제후생(net economic welfare: NEW)이라 불렀다.
순경제후생이 GDP보다 경제복지를 나타내는데 더 나은 지표라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한다. 그러나 문제는 순경제후생을 측정하는데 객관적인 수량화가 어렵다는 점이다. 여가나 공해의 경우에 객관적인 측정이나 평가가 아주 어렵다. 그리하여 GDP개념의 한계를 알고 있지만, 순경제후생(NEW)보다 GDP를 중심으로 국제비교를 한다.
② 그린 GDP(Green GDP)
그린 GDP는 경제후생 지표로서 GDP가 갖고 있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GDP에서 생산 활동에서 발생하는 환경 피해 등의 비용을 뺀 것을 말한다. 경제 후생 지표로서의 GDP는 여가의 중요성을 반영하지 않고 시장 밖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봉사 활동을 포함하지 않으며 환경의 질을 반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소득분배도 고려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녹색GDP는 GDP에 환경의 질을 반영하고자 만든 지표이다. 정부가 환경 규제를 철폐하면 기업들이 마음껏 오염물질을 배출하면서 생산에 전념할 수 있기 때문에 GDP는 증가하지만 국민들의 후생은 환경 오염으로 인해 악화될 수 있다. 환경 오염을 정화하는 데 비용이 소모되면 GDP는 오히려 증가한다는 문제점도 있다. 또한 생산 과정에서 산림 자원이나 어족 자원 등이 고갈되면 국민의 후생이 저하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녹색GDP는 깨끗한 공기와 하천, 산림자원 등은 복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일종의 자산으로 볼 수있다. 산림자원이나 어족자원 등이 고갈되면, 그 만큼 더 가난해질 수 밖에 없는데, GDP는 이를 고려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녹색GDP는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개발되었으나 현실적으로 환경의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하기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3. 참발전지수(Genuine Progress Index: GPI)
GDP의 한계에 따라 참발전지표(The Genuine Progress Indicator; GPI)는 1995년 샌프란시스코의 연구단체인 Center for Redefining Progress(Cobb, Halstead and Rowe)에 의하여 개발되었다. GPI는 GDP로 측정되지 않는 환경적, 사회적 요소를 통합함으로써 국가의 경제 규모와 관련된 후생을 충분히 고려하는 지표이다. GPI의 주요 목적은 경제 후생의 더 정확한 측정치를 제공하기 위하여 사회적 자본을 감소시키는 경제활동과 이러한 자본을 향상하는 활동을 달리함으로써, 경제적 활동이 아닌 지속 가능한 경제적 후생을 측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의 경제 후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하여 미래 세대 후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통합적으로 고려한다.
GPI는 GDP와 동일한 개인 소비 지출 데이터를 사용하지만, 소비자 내구재 및 공공 인프라 서비스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걸친 서비스를 설명한다. 이를 위해 소득 불평등, 여가 및 자원봉사 시간, 집안일, 육아 및 기타 사회적으로 생산적인 시간 사용과 관련된 비시장 이익뿐만 아니라 가계 자본과 공공 기반구조에서의 서비스도 고려한다. 그런 다음 공해 관련 비용 또는 교통사고 비용과 같은 순수하게 방어적인 지출과 경제발전의 바람직하지 않은 부작용을 반영하는 비용을 경감한다. 기존 및 미래 세대에 의해 발생한 자연 자본의 감소 및 고갈과 관련된 비용에 대한 공제도 이 단계에서 이루어진다. 소득 불평등 및 범죄 비용, 환경악화 및 여가 손실, 자원봉사와 가사노동에 대한 추가비용을 고려하여 공제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비시장 측면의 경제 부분을 통합하고, 후생 증진의 편익을 비용 절감에서 차감하며, 소득의 불평등한 분배를 고려하고, 지속 가능한 소비와 지속 가능하지 않은 형태의 소비를 구분함으로써 GDP의 결함을 시정한다. 이 지수도 추계 및 계산과정이 복잡하고 어려워 실제 국제비교로 사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밖에 삶의 질을 반영하는 다른 대안 지표로는 UN산하 유엔개발계획(UNDP)의 인간개발지수(Human Development Index; HDI), 더 나은 삶의 지수((Better Life Index: BLI), UN의 행복지수(World Happiness Report) 등이 있지만, 경제발전의 측면이 약하게 반영되어 경제, 사회, 환경의 주요 측면들을 균형있게 표현하는 지표로서는 약간 한계가 있다. 국민의 삶의 질을 분석하기에는 삶의 지수인 BLI를 가지고 분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GDP 이외의 지표들은 지나치게 계산 및 추계과정이 어렵고 복잡하여 국제비교로 사용하기에는 약간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GDP가 많이 활용되고 있다. 우리는 국제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지표인 GDP의 유용성과 한계를 알고, 다양한 대안지표를 통한 연구 등을 활용하여 경제상황을 판단해야 할 것이다.
참고로 필자는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 대구광역시 8개 구군별, 경상북도 23개 시군별 삶의 질(BLI) 순위를 평가하여 분석한 적이 있다. 이는 저의 티스토리(Tistory)인 ‘이춘근의 경제와 시사정보’ 제18, 20, 21회차에 요약 설명되어 있다. 관심있는 분들은 참고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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